마한시대에도 이동식 아궁이를 사용했다는 것을 추정할 토제품이 발견됐다.
전남 해남군 읍호리 고분군에서 흙으로 만든 이동식 아궁이가 출토돼 삼국시대 식생활에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단서로써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식 아궁이 토제품은 그동안 가야나 신라권역 등지에서 주로 출토됐으나 전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토제품은 높이 31.6cm, 너비 41cm, 솥걸이 직경 22,8cm 크기로 실제 사용 가능한 크기로 제작됐다.
외면은 격자(바둑판) 문양이 새겨졌고, 뒷부분에 연기가 나가는 연통을 함께 만든 일체형이다.
전북 군산 여방리 유적에서 유사한 이동식 아궁이가 출토된 바 있으나, 미니어처로 만들어졌고 100년 정도 늦은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출토 유물의 가치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함께 출토‧복원된 5점의 유물도 물동이와 항아리, 바리 등 모두 부엌 조리용 토기로 이동식 아궁이와 조리용 토기 세트가 함께 출토된 경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바 없는 최초의 사례다.
조사기관인 (재)대한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죽은 자의 사후세계관을 반영하는 사료로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해 해남 읍호리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 중 조사지역 외 주변에서 훼손된 상태로 확인된 석곽 1기를 발견, 훼손된 매장유산을 보호 관리하기 위해 긴급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마한시기의 유사상식석관(類似箱式石棺) 1기, 고려시대 토광묘 1기가 확인됐으며, 총 19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유사상식석관(類似箱式石棺)이란 판판한 돌을 잇대어 세워 만든 무덤방의 일종으로 상자 모양과 닮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사상식석관(類似箱式石棺)은 길이 286cm, 너비 46∼72cm, 깊이 32cm 규모로 짜여진 무덤방으로, 구조는 토기를 깨뜨려 바닥에 깔고 판판한 돌을 세워 이어 붙인 형태로, 최근 해남지역에서 발굴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독특한 무덤 종류이다. 무덤방의 바닥에 깨진 상태로 확인돼 토기 조각들에 대한 복원 결과, 마한계 이동식 아궁이와 함께 부엌 조리용 토기(물동이 2점, 작은 항아리 2점, 바리 1점)가 확인됐다.
읍호리 고분군은 해남반도 및 전라도 지역에서 발견된 최대규모 고분군으로는 최대 규모로 기원후 5세기대에 집중 조성된 고분군, 토기가마터, 입대목 의례구조물 등 마한에서 백제로의 이행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 읍호리 고분군은 올해 전라남도 문화유산 승격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해남=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