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얼어붙은 IPO시장 환경으로 쓴맛을 봤던 두 금융사들이 올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SGI서울보증과 케이뱅크가 IPO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와 달리 긍정적으로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두 금융사가 증권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배당주’ 훈풍 타고 SGI서울보증 IPO 재추진…‘수익성 개선’은 숙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 상장을 철회한 지 5개월여 만에 IPO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시장 가격 발견 및 후속 매각의 용이성을 고려할 때 기업공개(IPO) 재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예보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IPO 재추진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과 함께 2025년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재추진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상장 시기, 매각물량·공모가격 등은 추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확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예보는 지난해 10월 서울보증에 대한 IPO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서울보증은 높은 배당과 안정성을 앞세워 시장에서 3조원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낮은 기업평가를 받아 상장을 철회하게 됐다.
당시 서울보증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의 동의 아래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보증이 IPO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변화한 시장 환경에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5.5%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배당주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자위는 금융위가 2022년 배포한 서울보증 지분매각 추진계획에 있던 기존 로드맵의 일부를 수정하면서 지분 매각 기준도 완화했다. 당시 예보는 우선 IPO를 통해 보유한 지분 약 10%를 증권시장에 상장해 매각(구주매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2~3년 동안 예보의 보유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입찰 또는 블록세일을 통해 1회 약 10%, 최대 33.85%를 매각하려고 했다. 그리고 50%에 1주 이상의 물량을 더해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의 단계를 거친다는 방안이다.
이번에 수정한 부분은 소수지분 추가매각 관련 부분이다. 기존에 1회에 약 10%라는 내용을 빼고 기간도 2~3년이 아닌 상장 완료 후 상환기금 청산 전까지로 유연하게 변경했다.
다만 서울보증의 실적이 지난해 감소한 상황이다 보니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순이익 증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보증의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 동기 3068억원 대비 38.8%가량 떨어졌다.
이에 SGI서울보증도 외부 진단을 통한 경영 효율화,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마련해 예보, 금융당국과 함께 성공적인 IPO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외부 진단을 통한 경영 효율화,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성공적인 IPO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가상화폐 시장 호황에 호재…2년만에 재도전
SGI서울보증에 이어 케이뱅크도 IPO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상장을 철회한 지 2년만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상장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선정하고 올해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연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1월 유가증권시장 IPO를 결정한 뒤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당시 증시 부진, 공모주 시장 불황 등의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케이뱅크는 IPO를 앞두고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급속도로 활황을 띄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3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억원을 찍는 등 대장주의 성장과 함께 다른 알트코인들도 투자 관심이 높아지며 케이뱅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부터 업비트와 제휴를 통해 요구불예금에 해당하는 실명인증 입출금계좌 발급을 시작했다. 요구불예금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며 수익성 제고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보니 가상자산 시장의 활황에 따라 요구불예금이 증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상자산 효과뿐 아니라 영업능력도 증대됐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4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4% 증가했다. 올해 1월 말 주담대 잔액은 5조6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3% 증가했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수신잔고 21조원, 여신잔고 15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수신잔고와 여신잔고 17조2361억원, 12조8083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21.8%, 17.1% 가량 성장한 수치다. 여기에 최근 케이뱅크 가입자 1000만명을 넘기는 등 IPO에 긍정적인 지표도 추가됐다.
이같은 케이뱅크의 성장에 투자업계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및 IPO를 앞둔 케이뱅크에 주목한다”며 “올해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추진 중이며 연내 상장도 가능한 상황이라 IPO를 통한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언급되는 예상 기업가치에 적정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핀테크 업체 IPO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10%대 공모 비중 감안시 충분한 신규자금 유입이 예상된다”며 “우호적 수신 여건과 적극적 여신 정책, 신사업 확대로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IPO 성공 시 효율적인 추가 자본 여력을 확보해 중장기 성장 동력도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