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서울어르신복지관에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영웅’의 크래딧 올라가는 순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60~80대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화를 상영한 이곳은 영화관이 아닌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관이다.
이날 오후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주민 60여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팝콘과 음료를 양손에 가득 들고 강당으로 향했다.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강당 중앙에 마련된 스크린은 영화관 대형 화면과 비교하면 작지만, 영화를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
양천구는 지난 2012년부터 노인문화복지 사업 일환으로 ‘찾아가는 청춘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가깝고 익숙한 복지관에서 고령층도 젊은 사람들처럼 영화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5년 전부터는 고령층과 같이 온 가족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은 영화관을 가려해도 멀어서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영화관에 비치된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집 근처 복지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줘서 고맙다. 매달 방문하는 열혈 팬이 될 겁니다” B씨(70대·양천구)
찾아가는 청춘극장은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구는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해 주민 선호도와 취향을 반영한 뒤 상영작을 선정한다. 올해는 신월동 지역 고령층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월종합사회복지관을 추가해 총 10곳의 양천구 복지관에서 매월 1회 이상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해에는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밝은내어르신복지센터 등 9개 복지관에서 총 124회에 걸쳐 5140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서서울어르신복지관 송태준 사회복지사는 “외국 영화, 무서운 영화를 제외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면서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는 장르의 영화를 선정하려고 한다”며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편하게 방문해 문화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