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에 ‘내리막길’ 증권사, “내실·해외·IB 집중 강화”

부동산 PF에 ‘내리막길’ 증권사, “내실·해외·IB 집중 강화”

지난해 증권사 순이익, 20% 급감…실적 회복 지연 우려
미래에셋·키움證 ‘해외 강화’, 한투·SK證 ‘자산관리 집중’
교보證 ‘IB·S&T·VC·IPO·디지털자산’ 사업 성장 목표

기사승인 2024-03-29 06:48:55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여파로 급감했다. 올해도 실적 회복 지연에 대한 경고등이 울리는 상태다. 이에 증권사들은 내실과 해외·IB부문 강화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60개 증권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796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2곳의 일회성 배당금 수익 2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3조5569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4조4549억원) 대비 20.2%(8980억원) 급감한 규모다.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증시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9조89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4조4549억원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 수수료수익은 11조7244억원으로 전년(13조388억원) 대비 10.1%(1조3144억원) 떨어졌다. 특히 투자은행(IB)부문 수수료가 3조2769억원으로 전년(4조8388억원) 대비 32.3%(1조5619억원) 내려갔다. 부동산 경기 부진에 채무보증 수수료가 줄어든 영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진과 국내외 고위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관련 손실 확대 등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라며 “올해도 부동산 경기침체 지속과 금리 인하 지연 등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상존으로 영업실적 회복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충당금 부담’ 여전…실적 제고 위한 전략 마련 ‘분주’

올해도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대 리스크 요인인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예상돼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와 관련한 충당금을 대규모 적립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향후 금감원이 증권사의 고위험 익스포저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지도해 나갈 계획인 만큼, 추가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담이 늘어난 증권사들은 실적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키움증권은 해외 법인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전날 주총에서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의 성공적 안착과 인도네시아 법인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아시아 대표 증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키움증권은 리스크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미수채권 리스크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 주식시장을 뒤흔든 사건의 중심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13.3% 줄어든 4407억원을 기록했다.

엄 대표는 “현업, 리스크관리, 감사 부문의 3중 체계로 리스크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더욱 고도화 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플랫폼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K증권은 주총에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6일 박 전 사장의 사외이사 내정 당시 SK증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업계에서 쌓은 자산관리(WM)와 리스크관리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륜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토대로 한 금융소비자보호 및 당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KB증권 대표는 자산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다. KB증권 대표 취임 이후 위탁·자산관리와 자산운용부문에서 영업이익 향상을 이끌기도 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에 대한 불복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외이사 활동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있다. SK증권 관계자는 “최종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결격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지난 26일 주총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브라질·인도 등 이머징 국가에서는 현지화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위탁매매·자산관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핵심 사업부문인 IB에 초점을 맞추면서 안정보다 변화에 무게를 실고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세일즈앤트레이딩(S&T)과 신성장 부문인 벤처캐피탈(VC), 탄소배출권, 디지털자산 사업 등에 투자해 미래수익 향상을 노릴 예정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 외에도 기업공개(IPO)부문에서 코넥스·스펙 분야에 특화된 장점을 보유한 만큼, 지분 투자와 주관사·자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장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역량 증대를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직군 별도 전형을 도입하는 등 PB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기존 공채 전형과는 별도로 PB 공채 전형을 신설하고, 지난달 14일부터 채용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대학교 금융투자동아리 활동자를 PB로 채용하는 전형도 도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채용 전형 및 규모는 유지하되, 올해 PB 신규 채용규모는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답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