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글로벌 에너지·자원 중심지로…업계 진출 러시

베트남, 글로벌 에너지·자원 중심지로…업계 진출 러시

삼성·SK 등 그룹 차원의 현지 진출 이어져
정부 주도 에너지 산업 급성장, 실제 성과로
급성장·투자 확대 따른 리스크도…“교훈 삼아야”

기사승인 2024-04-03 06:00:18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오른쪽)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따 꽝 빈 베트남 건설부 인프라국장을 만나 양국 자원순환산업단지 조성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베트남이 정부 주도하에 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힘을 쏟으면서 청정에너지 리딩 국가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 역시 현지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최근 SK 대표단을 꾸려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푸옌성과 손잡고 액화천연가스(LNG)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 정부로부터 오는 2040년까지 남부 푸옌 경제구역 확장하는 계획을 승인받아 2008년 설립된 경제구역을 기존 229.3ha(헥타르)에서 2만700ha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다.

SK E&S, SK에너지 등 계열사가 껀터 시(市)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껀터를 포함한 메콩델타 지역 내 LNG터미널·발전소 건설,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삼성·LG·GS·한화 등 주요 기업이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계열사를 주축으로 현지 진출 러시를 이어가고 있다. 

SK E&S 관계자는 “베트남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은 단순 해외 재생에너지 자산 확보 의미를 넘어 해외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거점이자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라고 말했다.

중남부지방 기준 38도에 가까운 폭염으로 태양광발전에 유리한 베트남은, 3200km에 걸친 긴 해안에서 1년 내내 평균 7~9m/s의 바람이 불어 풍력발전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2021년 11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회의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 목표를 선언, 2021년 전체 전원 공급량의 27%(21GW) 수준이었던 태양광·풍력 발전을 2045년 61%(254GW)까지 늘린다고 발표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사회주의 체제지만 경제적으론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는 베트남은 총리가 직접 해외 기업을 상시 만나 투자에 대한 설명을 진행할 정도로 정부가 일관성 있게 주도해 단계적인 재생에너지 정책 실현에 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자연조건뿐만 아니라 베트남 역시 철강 산업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관련 중요한 자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기반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공동 발간한 ‘2023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에서 활동한 글로벌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기업 126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3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활동한 RE100 기업 164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에 불과했다.

RE100 기업들이 보고한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 비율도 베트남은 미국과 동일한 9%대로 낮게 나타났다. 한국은 40%대로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급격한 성장이 글로벌 시장 내 한국의 입지를 점차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 안팎에 존재하는 리스크 역시 우리 기업이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안병선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베트남 투자 증가 및 베트남 무역 규모 증가에 따라 주요국들의 베트남 반덤핑·상계조사가 증가하고 있으며, 베트남의 높은 중국 중간재 수입 의존도로 미국·EU(유럽연합)의 우회수출 조사 역시 증가하는 등 통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투자 증가에 따른 산업단지 등의 임대료 상승과 인건비 상승 또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 남부지역의 산업단지 임대료는 2020년 4분기 평방미터 당 109달러에서 2022년 1분기 190달러까지 상승해 1년 3개월 만에 70% 이상 증가했으며, 2020년 기준 최근 5년간 베트남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아시아 18개국 중 5번째로 높다.

안 수석연구원은 이어 “복잡한 청산·파산의 절차와 엄격한 이전가격세제 등이 우리 기업들에게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과 사업 리스크 증가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기출 상임이사는 “RE100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듯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응을 하지 못하면 많은 해외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업마저도 한국이 아닌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을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