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이상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선거 관련 업무를 하고 나면 며칠은 앓아눕는 것 같아요.”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노동권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선거 근무 외에도 산불 근무, 비상근무 등으로 휴일에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연장 근무 수당도 턱없이 적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22대 총선 사전투표 기간 투표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전북 남원시청 소속 공무원이 지난 8일 숨졌다. 연이은 격무 이후인 전날 아침 쓰러진 후 사망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A씨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것”이라며 추모 성명을 냈다. 선거 업무에 동원된 공무원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한 공무원이 사전투표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해당 공무원의 순직을 결정했다.
최근 선거 사무에 투입된 공무원에게 휴무를 의무로 주도록 복무규정이 개정됐다. 하지만 읍·면·동 지방공무원은 개정 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선거 사무에 투입된 공무원이 최대 2일의 휴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저연차 공무원 입장에서는 휴무를 받아도 그마저 쓰기가 어렵다.
3년 차 공무원 B씨는 “추후 휴가 사용도 저연차는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강제 차출이다. 피하고 싶은 업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초과 근무를 해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저 임금이 안 되는 수당을 받아도 불법이 아니다”라며 “선거 업무도 충분한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표 사무원들을 보면 13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며 “민간인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업무다. 수당이 적어서 인력 충원이 안 되니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선거 사무 공무원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투표 시간을 단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투표 시간을 줄이거나 순환 근무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정부가 계속 한 해마다 적당히 넘어가는 식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