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 게임 판호를 기습적으로 발급했다. 외자 판호 명단에 한국 게임은 한 건도 포함돼있지 않다. 일본 게임은 14건 중 9건이다.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 활로가 다시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국외 게임에 발급하는 외자 2차 판호를 발표했다.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발표된 것인데, 2월2일 1차 발급 후 두 달 여 만이다.
지난 1차 발급 때 한국 게임이 3개나 포함돼있던 것과 비교된다. 당시 넥슨 ‘던전앤파이터 오리진’,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넷마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등이 판호를 발급받았다. 총 32건에 무더기로 판호를 내줘 막혀있던 중국 활로가 뚫릴 것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번 한국 게임 ‘0건 발급’ 악재에 게임사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3월 이후 2020년까지 한국 게임에 한 건도 외자 판호를 내주지 않은 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한령으로 게임 등 전방위 분야가 통제됐다. 정부 지침에 따라 변동성이 큰 편이라 이후 의존도를 낮추고 있긴 하다”면서도 “중국은 미국과 다툴 정도로 게임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는 다양한 국가를 공략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1수출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따르면 국내 게임사의 중국 수출은 30.1%를 차지한다. 일본(14.4%), 동남아(14.2%)의 두 배 이상이다. 대표 IP ‘검은사막’ 판호를 기다리는 펄어비스 역시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게임 판호 발급이 위축되면 출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 같은 경우, 지난 2017년 상반기 내 판호 취득을 기대했지만,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판호 발급 과정이 장기화되며 적절한 때를 잡지 못해서다.
반면, 일본 게임은 이번 2차 외자 판호 발급에 대거 포함됐다. 캡콤 ‘록맨11’, 50만장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유니콘 오버로드’를 최근 출시한 세가의 ‘팀 소닉 레이싱’ 등이다. 중국 시장에서 일본 게임이 강세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 청두지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IP가 2018년 중국 내 유통된 2D 게임 IP 71%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판호를 발급할 때, 자국 게임사의 득실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신규 게임보다는 검증된 IP를 선호한다. 중국 역시 서브 컬쳐 게임이 인기다보니 일본 게임 판호 발급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