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분석과 분명한 차이”…재연된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사고

“국과수 분석과 분명한 차이”…재연된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사고

속도 변화 관찰 결과 EDR 기록·국과수 분석치와 달라
“EDR 신뢰성 상실”…국과수 분석 정면 반박하기도
‘도현이법’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될 운명

기사승인 2024-04-19 19:14:52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재연 시험에 앞서 드라이버와 메뉴얼에 대해 의논하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지난 2022년 12월6일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지 1년 4개월 만에 사고 현장에서 재연 시험이 진행됐다.  

19일 정오를 지나서부터 강릉시 회산로 일대는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오후 1시 30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급발진 재연 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숨진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국과수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할 증거를 찾기 위해 오늘 재연을 준비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오늘 시험 주관 주체는 법원”이라면서도 “제조사와 국과수가 나서서 증명하지 않는 것을 소비자가 직접 나서 국과수 분석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감정을 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도로 통제, 강릉시청 관계자, KGM 관계자,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참관하에 이뤄진 이날 시험에는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제조사(피고)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시행됐다.

재연 시험에 앞서 KGM관계자가 차량에 변속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이 사고로 숨진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시험 현장에서 “국과수에서는 사고 당시 차량에서 난 굉음의 원인을 전혀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만으로 결론을 냈다. 가능성에는 불가능도 내재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과수는 제동장치에 불능을 유발할 기계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운전자가 제동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오후 1시 40분부터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취재진은 이 씨가 준비한 사고 차량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감정인은 이날 주행 현장을 녹화한 영상을 토대로 분석한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감정서는 오는 5월14일 재판 기일에 맞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연 시험은 4번에 걸쳐 이뤄졌다. 평소 통행량이 많은 도로인 만큼 재연 뒤 교통 상황 정리하고 재연하기를 반복했다. 차량은 사고 당시와 같은 조건을 갖춘 뒤 전문 드라이버가 직접 주행해 나섰다. 

재연 현장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강릉 급발진 사고를 재연하는 것이냐”며 “정확하게 재연해 급발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달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근무하던 김성미(가명) 씨도 “사고 당시 상황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사고 목격 이후 급발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 급발진 사고 재연 시험 장면. 영상=조은비 기자

재연 이후 하 변호사는 “사고 당시 굉음을 낸 뒤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한 뒤 약 780m가량을 내달렸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까지 올랐다”며 “마지막까지 최대 가속을 했다면 우리 주장대로 시속 140㎞는 나왔을 것을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는 운전자 A 씨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으나 5초 동안 실제 속도는 110㎞에서 116㎞까지밖에 증가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EDR의 기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은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상정해 진행됐다.

먼저 모닝 추돌 직전 시점으로 되돌아가 시속 40㎞에서 변속 레버를 주행(D)으로만 두고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국과수가 분석했던 시속 48㎞를 크게 웃도는 속도가 80㎞까지 올랐다.

모닝 차량을 추돌하고 난 이후 시속 60㎞에서 5초간 풀 액셀을 밟는 시험을 했고, 5초 후 속도는 시속 100㎞ 정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시험 결과 나온 속도는 국과수가 분석한 속도 그래프, 분당 회전수(RPM) 그래프와 차이가 크다. 국과수가 분석한 속도보다 높게 나왔다”며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했다는 국과수 분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뤄진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 관찰 결과, 시속 135~140㎞가 나와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와 차이를 보였고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분석치(시속 136.5㎞)와 유사했다.

도현 군의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도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지 501일째다.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화도 났다”라면서도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낸 국과수와 달리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가족이 지난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은 5만 명이 동의하면서 도현이법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여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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