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문을 열고 정원에 들어서니 프랑스 시골 마을에 온 듯 조용하고 따스하다. 작은 연못, 햇살 받아 채도 높은 녹음, 그 사이로 핀 노란 꽃. 프랑스 컨탬포러리 브랜드 ‘르메르’의 첫인상이다.
22일 기자가 방문한 르메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옷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꾸며졌다. 매장에 들어서니 은은한 나무 냄새가 퍼지고 ‘장소감, 시간감, 곡조감(a sense of place, a sense of time, a sense of tune)’라는 르메르의 컨셉이 또렷하게 눈에 띄었다.
르메르는 고향 프랑스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르메르의 오랜 협업 파트너인 헬싱키 출신의 포토그래퍼 오스마 하빌라티가 작업한 사진, 영상 작품 33점을 공개했다. 플래그십과 전시 공간은 르메르와 더불어 조스 오젠데, 사라 린 트란이 함께 기획했다.
사람과 물건을 북적이는 거리, 베트남의 주요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에게서 올해 2024 SS 컬렉션이 영감을 받았다. 24 SS 트렌드를 주도하는 르메르의 키워드는 '자유'다. 스쿠터가 가르는 거센 바람과 닿았을 때 옷에 생기는 부피감이 제품의 전체적인 실루엣을 완성한다.
행사장에 방문한 박형석(29)씨는 “미니멀한 무드를 낼 수 있어서 평소 정말 좋아하던 브랜드”라며 “여성복 사이즈도 넉넉하게 나오는 편이라 예쁜 제품들은 (남성·여성복) 라인 구분 없이 입는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브랜드 옷과 매치했을 때도 어색하지 않다”며 “중고거래도 활발하게 되고, 옷에 조금 관심이 있는 남성 고객 사이에선 인기가 좋은 브랜드”라고 덧붙였다.
르메르는 삼성물산이 수입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한국에서 더욱 존재감이 커졌다. 일반 디자이너 브랜드 가격보단 높지만, 기성 명품 브랜드보다는 가격대가 낮아 ‘준명품’ 혹은 ‘신명품’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패션계에 포지션을 잡았다.
사진 작품 등 고객이 브랜드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한 점도 셀링 포인트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다른 고객도 “영상과 사진 전시를 옷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며 “이런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적 감각을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르메르는 남성에게도 인기가 많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라며 “코로나 시기 때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해 나갔다”고 전했다. 이어 “패션 뿐 아니라 예술, 문화 측면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달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