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체적용시험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숙취해소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까다로운 가이드라인 기준에 맞추지 못한 제품들은 탈락된다. 더불어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증을 획득한 위탁제조생산 기업은 수혜를 받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K이노엔, 한독, 삼양사 등 숙취해소제 제품을 가진 기업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숙취해소제 임상평가’ 기준에 맞춰 인체적용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의 ‘숙취 해소’ 기능성 표시를 유지하려면 내년까지 효능 평가를 완료해야 한다.
HK이노엔은 숙취해소 음료제형인 ‘컨디션헛개’의 인체적용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이어 ‘컨디션스틱’, ‘컨디션환’ 등의 추가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삼양사의 ‘상쾌환’은 출시 전에 인체적용시험을 마쳤고, 다른 제형 제품들의 시험은 올해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레디큐’를 판매하는 한독도 지난 4월 시험을 시작해 올해 안에 끝마칠 계획이다.
식약처는 숙취해소제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20년 들어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광고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후 2020년 12월 숙취해소 인체적용시험 실증제도를 도입하고, 4년간의 유예 과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험에 따른 입증 자료 없이는 ‘숙취해소’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업계는 이번 규제로 인해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또 향후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체적용시험에 들어가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상당한 만큼 입증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시험 비용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중소업체의 경우 매출 대비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애초부터 입증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A씨는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기능성을 입증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정립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식약처가 제시한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이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식약처가 요구하는 평가 지표는 △숙취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 △혈중 알코올(에탄올) 농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등을 포함한다. 이에 업계는 피실험자마다 숙취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 설문 결과가 주관적인데다,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등에 대한 차이를 확실히 입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제약업계 임원 B씨는 “숙취해소제 인체적용시험은 일정량의 술을 마신 피실험자의 혈액을 30분, 1시간, 2시간, 4시간, 8시간, 15시간으로 나눠 채취하고 혈액 속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확인한다”며 “매 시간 농도가 감소해야 하고, 통계적으로 일관된 효과를 유지해야 기능성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기업들이 이를 쉽게 생각하고 숙취해소제 시장에 진입했지만 막상 시험을 진행해보니 효과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지 않은 업체가 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짚었다.
한편 기능성 원료 물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위탁생산하는 업체들은 수혜가 기대된다. 이들 업체는 특화된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입증이 무난하단 진단이다.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는 개별인정형 원료 하나만 입증 받으면 6년간 독점적으로 다수의 제조사에 납품이 가능하다.
위탁생산개발(ODM) 기업 팀장 C씨는 “인체적용시험을 위해 위탁생산업체에 의뢰를 맡기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능성 원료를 획득한 위탁생산업체는 여러 업체들에 원료 납품이 가능하며 대규모 생산 설비도 구축돼 있다. 단일 제품으로 입증 받은 업체보다 더 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