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부실 기업’ 자광의 ‘전주 관광타워’ 개발

[편집자 시선]‘부실 기업’ 자광의 ‘전주 관광타워’ 개발

롯데건설이 빚 보증...구상 발표 초기부터 ‘자본 불확실성’ 제기
특혜 시비 경계하고 ‘먹튀’…시민 피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기사승인 2024-05-07 09:21:16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도시계획변경 현상대상지 개발사업 조감도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효자동 서부심시가지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이 7년여 만에 속도를 내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전주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주민설명회에서 전주시는 “개발사인 자광은 시민공론화위원회 권고 사항을 반영한 전주시 지침을 토대로 개발 계획을 세웠다”며 사업 추진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자광은 470m높이의 타워와 200실 규모의 호텔, 백화점과 쇼핑몰의 상업시설, 558실 규모의 오피스텔과 3399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타워빌딩은 관광용 전망타워로 조성돼 꼭대기에 자이로드롭 등 놀이시설과 함께 7개 층에 전망대 시설을 갖춰 전주시 야경과 주변을 360도로 관람이 가능하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개발부지의 40%에 달하는 8만여㎡의 공개공지 조성해 “전주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여유롭고 자유로운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미국의 센트럴 파크에 버금가는 도심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주민설명회에선 전주시는 빠지고 민간개발업체인 자광이 1시간 넘게 일방적으로 설명과 홍보를 해 불만이 쏟아졌다. 주민설명회를 보도하는 지역 언론들의 논조도 엇갈렸다. 한 편은 개발 청사진에 대한 응원, 다른 시각은 주민들의 우려를 보도했다. 

대표적인 우려의 목소리는 자광의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한 자광 자금력과 부동산PF의 위기 상황, 153층 타워가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 등 대체로 세 가지로 집약된다. 

또 전주 도심의 지각변동과 함께 교통 체증이나 환경 등 각종 도시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방산 터널 등 교통 대책을 제시하고 고밀도 주거지 부작용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근본 대책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전주시의회에서는 옛 대한방직 부지와 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국 전주시의원은 개발로 인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전주지역 상권에 대한 예측과 지역 활성화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발주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경기도 하남시는 스타필드 입점 후 소상공인 매출 30~40%, 전통시장인 신장시장 매출액도 약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히고, 인천 송도 현대아울렛도 주변 상권의 유동 인구가 줄어들어 의류매장과 식당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대규모 타워 건립은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 대표 명소로 키우겠다며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부산롯데타워는 롯데가 2000년 높이 428m(107층)의 짓겠다고 장담했으나 사업성 확보 방안을 놓고 20년 넘게 부산시와 기싸움을 벌이다 타워 높이를 342.5m로 대폭 줄인 뒤 23년 만인 지난해 8월 착공했다.

인천에서도 2007년부터 추진해 온 450m 높이의 청라시티타워가 장기간 지연되는 바람에 3,000억원으로 예상했던 공사비가 8,000여억원으로 껑충 뛴 채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 자광은 153층, 470m 높이의 타워를 착공 4년 6개월 만에 건립하겠다고 장담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자광의 ‘자본 불확실성’을 계획 발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전주시민회는 심지어 “153층 타워는 천문학적인 땅값 차액을 노린 거짓말”이라며 “자광의 지난해말 기준 자산은 3,013억원, 부채는 3,748억원으로 순자산이 –735억원이고, 자광과 지분 투자로 얽힌 스페이스자광·자광홀딩스·자광건설 등 6개 특수관계사 자산 총합도 1조3,079억원인 반면 부채 총합은 1조3,362억원으로 순자산 –286억원,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다”고 밝혔다.

또한 자광홀딩스는 지난 2022년 4월 변산해수욕장에 관광휴양콘도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부안군과 투자협약(MOU)를 체결하고 2024년까지 총사업비 2004억원을 투자해 79개 객실 규모의 콘도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부지매각대금 중 계약금(10%) 26억여원을 납부했을 뿐 3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할 중도금(40%)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 개발의 상징이 될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자광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자광이 부지를 구입할 때 보증을 선 시공사 롯데건설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짙다. 일부에서는 일반공업지역인 부지를 싸게 매입하고, 개발을 내세워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천문학적 땅값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주시가 20년 넘게 방치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과 2004년 개발 논의를 시작한 이후 20여년 동안 전북도와 줄다리기를 벌여온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롯데그룹과 연관돼 있어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정체된 도시’ 전주의 낙후한 도심을 개발하는 데는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개발 주체가 신뢰 가고 듬직한 기업이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빚이 자본보다 많은 ‘부실기업’ 낙인이 찍힌 자광이 전주의 한 모습을 바꿀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또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 있다.

전주시는 자광의 ‘전주 타워’ 개발이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부실시공과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먹튀’ 사태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양산하지는 않을지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개발사만 배불리는 특혜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 감독해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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