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량에 중국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규제하려고 하면서 한국 정부와 업계가 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커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에 따라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 조사의 넓은 범위, 잠재적 규제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시행 시기가 모두 업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9일 커넥티드 차량에 중국 등 우려국가의 기술을 쓸 경우 차량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상무부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우려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6개국으로 이 가운데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며 바이든 대통령도 조사를 지시할 때 중국을 겨냥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안보 위험에 대응하고자 하는 조사 취지를 이해한다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조사와 규칙 제정 과정에서 다음 사항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커넥티드 차량의 정의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최근 시장에 출시된 온갖 종류의 차량이 해당된다면서 향후 더 세밀한 정의를 내려달라고 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이번 조사가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우려하고 있다면서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규제 시행에 앞서 업계가 공급망을 점검하고 재편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의견을 냈다.
이들은 커넥티드 차량에는 배선과 볼트 등 안보와 무관한 다양한 부품이 들어간다면서 상무부가 ICTS의 범위를 △모뎀과 게이트웨이 등 차량에 대한 외부의 원격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조종할 수 있는 하드웨어 △그런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로 한정해달라고 제안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에서 수집한 정보를 우려국가로 전송하거나 우려국가에서 보관하거나 분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를 포함해 미국에서 사업하는 주요 자동차 회사 대부분을 대변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도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부가 조사의 초점을 개별 부품이 아닌 ICTS 시스템에 맞출 것을 제안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자동차 산업 공급망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중국을 대체하기 어려운 특정 기술이 있다고 밝혔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