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합병 이후 일정 기간 종금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영향력이 미미한 소형 증권사를 선택한 탓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합병 증권사, ‘초대형 IB 목표’…발행어음 강점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우리금융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고,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포스증권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증권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법인이 존속법인이어야 합병 이후 증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약 0.34주다.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금융지주 97.1%, 한국증권금융 1.5%로 예상된다.
양사는 향후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 등 절차를 밟아 오는 3분기 내 합병증권사를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증권사 사명은 우리투자증권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통합 증권사를 10년 내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양사 통합법인은 자기자본 기준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로 자리잡게된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지난해말 사업보고서 기준 총 자본은 각각 1조1000억원, 500억원으로 합산 시 1조1500억원 수준이다. 초대형 IB 인가 조건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로 현시점 기준 3조원가량의 자본이 더 요구된다.
우리금융은 자본확충을 위해 우선 기존 우리종금이 영유하고 있던 종금업인 발행어음업 기반으로 증권업 규모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우리금융 출범 증권사는 종금업 라이선스로 합병 후 최대 10년간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지주 차원에서 적정 규모의 증자 발행도 추진할 방침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발행어음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7일 “종금업의 발행어음업은 초대형 IB의 만기 1년 단기금융상품(발행어음)과 달리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점에서 수신자금 조달에 굉장한 매력요소로 부여된다”면서 “이를 통해 자산관리 고객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이 된다. 또 이를 기반으로 종금업 업무인 기업대출을 통해 외연 확장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7일 “증권사 출범 이후 종금업 겸업 기간은 최대 10년까지 가능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종금업 라이선스를 조기에 포기하거나, 겸업 기간 종료 시점이 아니면 기업대출이나 발행어음업 등은 영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증권사 등장에 업계 반응은…“거쳐야 할 단계 많아”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진출은 증권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의 증권업 진출은 업계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등장하는 만큼, 자본력과 기업금융 등 영업력 부문에서 기존 경쟁사들을 다수 웃돌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증권사에 대한 현재 업계 시각은 회의적인 모양새다. 포스증권이 소형 증권사인 만큼 영업 인력이나 관련 부수 플랫폼 인프라를 갖추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인수합병이 실제 유의미한 성과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포스증권은 자산운용사들의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 플랫폼이다. 즉 집합투자증권(펀드)에 대한 투자매매를 영위하고 있다. 이 외 보유한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는 투자중개업과 신탁업에 국한됐다. 일반적인 증권사들의 중개업인 주식과 채권 등 상품에 대한 중개업을 위해선 투자일임 등 추가 라이선스 획득이 필요한 점도 한계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전날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합병을 통한 증권업 진출은 단순히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서 진행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업권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하나의 변수가 발생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이 합병 증권사의 MTS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으나, 포스증권이 현재 보유한 MTS 등 디지털 경쟁력은 증권업 경쟁사들에 비해 갭이 크게 벌어져 있어 따라잡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IB 등 부문도 결국 인력 싸움으로 진행되는데 얼마나 잘 적시적소에 조직을 세팅하느냐에 따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증권사 추가 인수합병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증권업 재진입 발표 당시 그룹의 증권사 전략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매물이 출현할 경우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포스증권의 몸집이 작은 점과 추가적인 라이선스가 필요한 게 원인으로 해석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7일 “(우리금융이) 전략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증권사를 인수·합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지금 분위기상 매물로 나올만한 증권사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고, 나머지 증권사들 중 매물이 있었으면 포스증권 대신 그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추가 증권사를 합병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결국 증자를 비롯한 자본 확충 방법 등이 초대형 IB를 향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