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국민의힘의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선거 일정을 한차례 미룬 ‘구인난’ 끝에 어렵사리 선출된 추 신임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192석 거대 야당의 독주에 대응해야 하는 외부 과제와 함께 총선 참패 분위기를 정비해야 하는 내부 과제를 떠안았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당선자총회는 합동토론회와 원내대표 투표·개표 순으로 이뤄졌다. 총 102명이 투표한 결과, 추 의원은 70표를 얻었다. 경쟁한 이종배 의원은 21표, 송석준 의원은 11표를 받았다. 무효·기권표는 없었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영남(대구 달성),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철학을 꿰뚫고 있는 데다 풍부한 국정 경험 등을 가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엄중한 시기에 부족한 사람에 대해서 많이 성원해주셨다”며 “(국민의힘은) 유능한 민생정당, 정책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8명이 똘똘 뭉쳐서 가자. 그러면 우리는 뭐든지 192석(야권)을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3파전을 뚫고 당선된 추 신임 원내대표는 거야를 상대하며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안으로는 친윤계와 비윤계간 단일대오라는 책무를 부여받았다. 밖으로는 ‘강선 찐명’으로 꼽히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적할 유연한 협상 능력과 수평적 당정관계의 재정립 등 역량이 요구될 전망이다.
야당에서 예고한 ‘특검법 정국’도 과제로 남아있다. 당장 이달 말 재표결이 예고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이탈표 단속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난 2일 단독으로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달 28일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할 계획이다. 거부권 행사 후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국회 본회의 재표결 때 18표만 이탈해도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낙선·낙천·불출마 여당 의원들과 특검 수용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일부 의원들의 표심이 변수로 꼽힌다.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도 부담이다. 여야는 국회 전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원 구성 협상을 한다. 국회 업무인 법안 심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야당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정국 주도권이 달린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자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밖에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과 계파에 따른 잡음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패배로 ‘민심 회초리’를 맞은 만큼, 대통령실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다. 쇄신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도 요구된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선 당 투톱 중 한명인 원내대표에 영남·친윤계 인사가 선출되면서 당권 판세가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도권 당대표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전당대회가 6월 말에서 7월 초가 아니라 7월 말에서 8월 초로 연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도권에서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뿐 아니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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