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네이버 지우기에 나섰다. 국내기업인 네이버가 개발, 공들여 키워온 라인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사태 해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자본 변경을 두고 협의를 지속 중이다.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등은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내놓는 방식을 촉구하고 있으나 합의는 난망한 상황이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전날인 9일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네이버와 협의 중”이라며 “오는 7월 초에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지분 비율 등이 논의되지 않아 난도가 높다”고 이야기했다.
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은 국내 기업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상호합의에 따라 각각 개발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두 기업은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절반씩 보유 중이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에서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며 발생했다. 일본 총무부는 지난 3월과 지난달 라인이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도 포함됐다. 7월1일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에 라인야후는 탈네이버를 선언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지난 8일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네이버 출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배제하기로 했다.
현 상황에서 네이버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라인 사태와 ‘틱톡 강제 퇴출’을 비슷한 선상에 두고 보고 있으나 결이 다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틱톡 강제 매각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틱톡의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360일 내에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기업·기관이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압박을 느껴 따르는 ‘관행’이 조성돼 있다. 이로 인해 사법적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행정지도는 관청에서 기업·기관 등에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상당히 일본적인 행정행위”라며 “행정지도에 응하지 않는 기업·기관의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부의 입장에서도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라 일본 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니 어디까지 나서야 할지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사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준비위)’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매각 강요에 분노한다”며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모처럼 형성된 한일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에 엄청난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미중대립과 달리 우방국 관계다. 어떻게 해외 기업의 자산 매각 강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느냐”며 “우리 정부는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대응책도 언급됐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7월1일자로 규정된 행정지도 답변 기한을 늘리는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연말까지 기한을 연장해 네이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이는 네이버가 아닌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네이버는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진행된 네이버 컨퍼런스콜에서 라인 사태에 관련 질의에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기반해 살펴볼 문제”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