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내 주거권 안전하나

기후위기 속 내 주거권 안전하나

기사승인 2024-05-17 06:00:24
서울 마포구 인근 반지하 원룸 모습. 

#2018년 11월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 불이나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0년 12월 경기 포천 비닐하우스에서 여성이주노동자가 한파로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 7월엔 서울 서대문구 옥탑에서 홀로 거주하는 장애인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엔 서울 구로구 연립주택 지하에서 화재로 60대 거주자가 사망했다.

기후위기 속 폭염⋅폭우⋅한파 앞에 열악한 주거는 그 자체가 재난의 조건이 되고 있다. 17일 한국도시연구소 인구주택총조사 원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 가구는 45만이다. 여기에 옥상⋅지하 거주 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더하면 주거 빈곤가구는 176만에 달한다.

비 주택 거주자에게 기후위기는 치명적이다. 연구소가 작성한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물리적으로 적정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가 주거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복지 한계

정부는 에너지 빈곤을 겪고 있는 이들 가구를 대상으로 냉·난방비 등을 보조하고 있지만 허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대상이 모호해서다. 에너지법에서 정하는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은 ‘저소득층 등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이다.

문제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의 특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주거·교육 급여 수급자는 지난해 에너지바우처 대상에서 됐다. 실제 에너지빈곤 상태에 놓여도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은 셈이다. 

복지대상이 모호한 이유로 에너지빈곤 지표 한계가 거론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빈곤 계측 방식으로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로 정의하는 TPR 지표를 따른다. 이 지표는 소득대비 지출만 따지는 만큼 고소득·에너지 과지출 가구가 에너지빈곤 가구로 포함되고, 역으로 비용 부담 탓에 에너지 소비를 비정상적으로 줄이는 가구는 비가시화하는 한계가 있다.

“주거권 보장 위한 근본 대책 고민해야”

기후위기 시대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일상으로 변하는 가운데 주거권을 보장하려면 임시적 금전 보조를 넘어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을 고민해야한다고 시민단체는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에너지빈곤은 주거 빈곤의 한 형태”라며 “향후 지속될 에너지 위기 속 에너지비용 보조만 답이 될 순 없다. 에너지빈곤 해소를 위해서는 비 주택 거주가구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 적정 주거로의 신속한 주거상향 지원을 비롯한 주거불평등 해소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기후위기를 고려한 주거정책을 언급했다.

김기성 서울녹색당 정책위원은 ‘기후불평등과 주거권’ 브리핑에서 “기후위기 시대 주거 혹은 주택정책은 재난으로 인해 위협받을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과 주거정책을 활용해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목적을 결합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비 주택 가구 주거권 침해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여름철 태풍과 호우에 대비해 비상연락망 현행화하기 등 매뉴얼을 정비하고, 건설현장 취약지역 점검·보강, 집중호우 대비 상황조치 훈련 등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엔 기관별 풍수해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소재 매입임대 반 지하 가구를 방문해 침수방지시설과 입주자 지상 층 이주현황을 점검했다. 점검은 이상 기후로 인해 기습 강우가 빈번해짐에 따라 지난해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이뤄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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