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우 의원이 당초 국회의장 경선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우 의원은 당내에서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된다. 경선 상대였던 추미애 당선인이 ‘강경’ 노선을 주장해 온 것과 비교하면, 우 의원의 선출로 여야 협치의 숨 쉴 틈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우 의원은 실제로 ‘대화’를 통한 협상을 강조했다. 그는 의장 당선 다음 날인 지난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는 대화하고 협상하는 곳”이라며 “(여야 간) 협상을 존중해서 국회를 잘 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장 경선 출마 선언에서도 “독선이 아닌 원칙과 노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능하게 국회 운영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우 의원의 첫 협치 시험대는 제22대 국회 원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원내대표는 총 18개의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협상에 나선다. 그러나 여야는 개원 전부터 원 구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사수하겠다고 엄포했기 때문이다. 제1당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가는 만큼,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기존 관례를 깨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반발했다.
우 의원은 내달 중 국회 개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서 ‘개원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6월 중에 의장 권한을 발동해 상임위 배분을 끝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6월 중으로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다만 “합의가 안 된다면 여야가 합의해 만든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국회를 빠른 속도로 개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구성 합의가 지지부진 하면 직권 상정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셈이다. 이 경우 다수결 원칙에 의해 다수당인 민주당이 희망하는 원구성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 정국’도 우 의원 앞에 놓인 과제다. 민주당은 앞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정치검찰 조작수사 특검법 △이화영 술자리 회유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5개 특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한 법안에 대해서도 재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에 따 여야는 22대 국회 시작부터 극강의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 의원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 행사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우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우려하는 이유다. 그는 17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야 협의는 매우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협의가 국민 이익에 반하는 길로 간다거나 지체되면,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국회법이라는 도구에 국회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 이를테면 직권상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도 우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이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 당시 “대통령 중임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전, 검찰 권력의 정치 탄압, 의회의 실질적 권한 강화를 위한 개헌에 앞장서겠다”며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권력구조 개편 문제, 입법부 삼권분립을 분명히 하는 문제들을 개헌안에 당연히 담아야 한다”며 “현 사회에 걸맞은 헌법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권이 주장하는 4년 중임제 등 개헌안에 대해 “22대 국회 개원 후에 입장을 정하도록 하겠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 의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협치의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원 당선 다음 날인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란 대화하는 기류가 중요하고 여야 간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것이라는 우 의원의 말씀에 울림이 느껴지고 기대도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회의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이 급선무다. 진영보다 민생이고 여야보다 민생”이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여야 간 갈등, 투쟁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