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 모바일 1위 게임의 한국 출시도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도 긴장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가 ‘아너 오브 킹즈’라는 이름으로 다음달 한국 등 세계 시장에 나온다. 왕자영요는 모바일 대규모 전투(MOBA) 게임으로 지난 2015년 출시됐다. 아시아 시장서 수익 1위를 기록 중인 게임이기도 하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e스포츠 정식 세부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왕자영요는 현지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헨리 리 총괄은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과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도 핵심 가치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커뮤니티 소통을 강화하고 이용자 추이를 살펴 영웅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게임 강세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됐다. 모바일인덱스에서 월간 통합 매출 순위를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5위 내 순위권 모두 한국게임이었지만, 원신이 2023년 11월 5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도 8위로 올라섰다. 그간 매출 1, 2위는 주로 엔씨소프트 ‘리니지M’이나 ‘리니지2M’이 차지했으나 지난 2월 처음으로 조이나이스게임즈 ‘버섯커 키우기’가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매출 1, 3, 5위 모두 중국 게임이 차지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은 중국 모바일게임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게임산업, 23년 결산과 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 수출에서 한국 점유율은 8.18%로 3위다.
중국 게임 열풍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실제로 중국 게임 광고에는 친숙한 연예인이 종종 등장하고 광고 노출 횟수도 잦다. 지난달 기준 매출 순위 1위인 ‘라스트워: 서바이벌’은 연예인 신동엽을, ‘버섯커 키우기’는 유튜버 나선욱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며 “자주 광고를 하다 보니 이용자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주얼 게임 강세에 발맞춘 게임들도 출시됐다. 방치형 게임 대표 주자로 떠오른 버섯커 키우기는 물론, 37모바일게임즈의 ‘퍼즐&서바이벌’ 등이 중국 모바일게임 수출업체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숏폼이 유행하듯 게임도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며 “중국 게임 역시 지난해 인기가 급증했다. 트렌드를 이끄는 건 아니지만 주요 흐름을 잘 파악해 자신들만의 특색을 입혀 공략을 잘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게임에 피로도가 쌓인 가운데 중국 게임의 질적 성장이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호요버스 ‘붕괴: 스타레일’, ‘원신’ 등이 호평을 받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을 개발한 김영모 플린트 대표는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여러 콘텐츠의 영향을 받았다. 원신은 크로스플랫폼의 표준이 되는 게임이라 많이 공부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중국 게임이 공부 교재로까지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이용자 눈이 높아지고 게임에 들일 수 있는 경제적 자원도 많아졌다”며 “의사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진 상태에서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국가적으로도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장기간 노력해왔다”며 “외자 판호 역시 일종의 벤치마킹을 위한 관문처럼 작용했을 수 있다. 모방할 수 있는 게임을 들여와 강점을 흡수하는 전략이 이제 빛을 보는 때”라고 덧붙였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