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으로의 복귀냐, 전문의 자격 취득 1년 지연이냐. 전공의들이 의사생활 갈림길에 서있는 모양새다.
이달 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오는 30일 입시요강을 확정하면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열려있다. 또 정부가 하루빨리 복귀하면 전공의 자격 취득에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회유하고 있어 전공의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100개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21일 기준 658명이다. 이는 1만3000여명에 이르는 전공의의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귀 움직임이 미미하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이 넘으면 다음해 시험을 볼 수 없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진다.
복지부는 이날 “일률적으로 이달 말까지 복귀하는 경우 면죄부를 준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구체적인 처분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공지했다.
다만 “휴가, 병가 등 불가피한 사유를 소명한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병가 같은 사유를 입증하면 수련을 한 것으로 일부 인정해줄 수 있다는 취지다. 가능한 한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복귀하면 의료현장 이탈에 따른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제한 등 불이익을 최소화해주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라고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 처분하고 싶겠나”라며 “빨리 돌아오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탈 기간이 3개월이 넘어가면서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추가 수련을 아무리 해도 정해진 기간 내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도 “복귀를 조속히 하면 불이익에 대해 정부가 추가 검토를 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대법원 판결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의료계 측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고법은 지난 16일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기 때문이다.
의료계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22일 대법원에 신속 결정 요청서를 보냈다. 이번 사건 결론을 오는 29일까지 내려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오는 30일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시행계획 변경 승인이 이뤄지면, 그 이후에는 변경할 수 없다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 전까지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29일이 지나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의대 증원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교협 발표가 난 뒤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으면, 수험생들의 혼란이 클 것”이라며 “서울고법이 판결 전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라고 했던 것처럼 대법원 역시 29일 전에 판결을 내릴 수 없다면 절차 중단 요청을 사전에 발표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에 따라 전공의 복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의대 증원이 그대로 진행되면 전공의들이 왜 돌아오겠나”라며 “현재 중환자들의 피해가 크고, 대학교수들의 체력도 소진됐다. 대형병원들의 도산도 우려된다. 조속히 대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전공의 50% 정도는 미국에서 수련을 받거나, 전공의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활동하거나 전공 과목을 바꾸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선 의대 증원 절차 진행 상황을 보고, 7월에나 조금씩 복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