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가이드라인, 추가 인센 없어…시장 반응 ‘미온적’

‘밸류업’ 가이드라인, 추가 인센 없어…시장 반응 ‘미온적’

밸류업 가이드라인 최종 확정, 강력한 세제 지원 인센티브 ‘無’
밸류업 수혜주, 대다수 약보합 마감
거래소 “추가 인센티브 고려 중”

기사승인 2024-05-28 06:00:21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가운데, 기존 내용에서 큰 변화가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장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세제 지원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수치 내용 등 핵심 유인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도 밸류업 수혜주 중심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내는 등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업가치 제고 여력이 높아 밸류업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주가는 대다수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8% 내린 7만3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준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0.84%, 0.55% 떨어진 4만7000원, 1만4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험주인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도 전 거래일 대비 1.17%, 0.40% 하락한 8만460원, 9만9400원으로 종료됐다. 

이는 지난 26일 확정 공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줄기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 세제 지원 인센티브 관련 수치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 2일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당시에도 관련 혜택에 대한 내용이 적극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금융주를 비롯한 밸류업 수혜주들의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 5가지 핵심 특성을 제시했다. 또한 상장기업이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하는 방법을 담았다. 

이후 거래소는 국내외 기관투자자(증권사·자산운용사 등)와 상장기업, 기업 밸류업 자문단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받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최종안을 살펴보면, 거래소는 재무적·비재무적 지표 선정 관련 항목을 보완하고 기업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방향의 자율성에 무게를 뒀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 현황진단 단계에서 R&D 투자 관련 지표를 추가해 투자를 통한 가치제고 방식도 존재함을 강조했다. 또한 계획수립 단계에서는 기업들의 가치제고를 위해 개별 특성·성장단계 등에 따라 자신에 맞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문구를 강화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기업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와의 소통 결과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핵심 특징 중 자율성과 선택·집중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상장기업의 자율성에 맞긴 기존 방향성을 유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위해선 세제 지원 등 ‘당근’이 될 인센티브 필요성이 또다시 대두됐다. 그러나 확정본에서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확정 가이드라인이 초안과 비교해 봤을 때 크게 변화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아울러 세제 지원 등 혜택 관련 내용은 기존에 언급됐던 5종 세정지원(모범납세자 선정,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등)과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심사 시 가점부여 △거래소 연부과금 면제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 조치 유예 등 8종 인센티브에 그쳤다.

인센티브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인식한 듯 거래소는 향후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이사장은 “현재 세제 당국에서의 인센티브를 더해 거래소 나름의 인센티브를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또 정책당국과 협의 중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에 감사인 지정과 관련해 유예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기업들에게 좀 더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한다면 인센티브 내용들을 좀 더 검토하고 반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세제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저평가 해소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27일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위한 세제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그 때문에 하반기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점진적인 저평가 해소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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