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파업 돌입하는 삼성전자 노조…일각서는 ‘잡음’도

사상 첫 파업 돌입하는 삼성전자 노조…일각서는 ‘잡음’도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다음달 7일 ‘단체 연차’…24시간 노숙농성도
- “모든 책임은 노동자 무시한 사측에…투명한 성과급 제도 개선 원해”
- 삼성 초기업노조서는 ‘목적 불분명’ 비판도…‘노노갈등’ 우려 일어

기사승인 2024-05-30 06:00:08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유튜브.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 활동 관련 ‘잡음’도 감지되고 있다.

전삼노는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 중이다. 서초사옥 앞 대형 버스에서 숙식하며 전날인 29일부터 투쟁에 돌입했다. 대형 버스에는 ‘우리의 본격 쟁의 활동의 책임은 모두 사측에 있다. 지금까지의 평화적 투쟁을 방해하고 무시한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는 대형 걸개가 걸렸다.

다음 달 7일 조합원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한 ‘연가 투쟁’ 형태의 파업도 진행한다. 전삼노 노조원은 지난 27일 기준 2만8400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인원의 약 23%다. 전삼노 노조원은 전국에 있는 모든 삼성전자 사업장에 포진해 있다. 전삼노 홈페이지 파업 관련 공지에는 “다음달 7일 연가를 냈다”, “동참한다”, “응원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삼노는 29일 오전 11시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사상 첫 노조 파업이다. 전삼노는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으나 사측은 ‘서초에서 반려했다’는 말로 교섭을 결렬시켰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동자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를 잡은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인상이 아닌 일한 만큼 지급하라는 것이다. 성과급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라 제도개선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노동의 대가를 원한다. 교섭 의지가 없는 사측을 그냥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총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처음 시도하는 파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결정한 이유는 단계를 밟아나가기 위함이다. 우리가 원하는 총파업까지 가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을 선언한 후 버스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유튜브. 

일각에서는 전삼노의 파업과 관련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업의 목적이 상급단체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으로 변경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DX지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 삼성화재 리본지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삼성전지 존중지부 등이 모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같은 날 “삼성전자에서 파업을 최초로 시도하는 것에 대해 응원한다”면서 “다만 최근 행보를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지난달부터 전삼노의 투쟁에 지지를 표해왔다. 지난 24일과 29일 집회에서도 금속노조의 지원을 받았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 19만 조합원은 전삼노와 연대할 것”이라며 “삼성에서 노조를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금속노조는 전삼노의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노노갈등’도 불씨로 떠올랐다. 초기업노조는 앞서 전삼노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타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초기업노조는 “초기업노조 전 지부는 전삼노의 해사 행위와 타 노조 비방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조 취지에 맞게 교섭에 집중하고 노사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박효상 기자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왔다. 그러나 노사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기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지난달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17일과 이달 24일 경기 화성사업장과 서초사옥 앞에서 각각 문화행사 형식의 집회도 열었다. 24일 집회에는 노조 추산 2500여명이 참석했다.

노사는 지난 28일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여를 두고 입장차가 발생했다. 노조는 사측 위원 2명을 교섭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 위원 2명이 앞서 손 위원장을 에스컬레이터에서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교섭은 파행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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