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까지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쟁점 법안의 야당 단독 의결을 저지하거나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채 대통령이 결국 거부권을 또다시 행사하게 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대보다 더 의석수가 줄어든 22대 국회에서는 야권의 거센 공세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가도에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이라 관측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28일 본회의에서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5개를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취임 이래 14번째 거부권 행사를 했다.
마지막까지 정치권의 협치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권에선 벌써 22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임기를 마친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20‧21대에서 최악의 국회 기록을 경신한 국회가 22대에 또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며 “민주당의 거부권 유도 정치와 대통령의 거부권 프라이드가 의회와 국회를 멍들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듭된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거부권을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재의 요구안이 국회에 다시 넘어와 재표결에 부쳐지면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에 달하기 때문에 행여 일부 여권 표심 단속에 실패해 이탈하면 야권의 의도대로 가결되고 공포될 수 있어서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활용할 시 참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300명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면 200표만 넘기면 된다. 저지선까지 8석 남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현재 우려를 표하는 법안은 각종 특검법이 있다.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부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다시 재추진돼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또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세웠고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는 차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된 22대 국회는 국민의힘에게는 가혹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범야권에서 대선과 지선이 겹쳐 있어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든 무력화 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집권여당에 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는 법안을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정국”이라 내다봤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