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광공사, ‘개방형직위’ 뽑는다더니...내부 인사만 줄줄이

[단독] 관광공사, ‘개방형직위’ 뽑는다더니...내부 인사만 줄줄이

관광창업기업팀장 2018년 이후 쭉 내부 인사
“공정한 채용 과정 거쳐…외부 심사위원도 참여”

기사승인 2024-06-14 06:00:38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에서 채용하는 외·내부 인사 개방형직위 팀장직에 대부분 내부 인력이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공사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채용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4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안전경영팀장 △디지털콘텐츠팀장 △관광기업창업팀장 △윤리법무팀장을 개방형직위로 운영하며 대내외 공모를 통해 팀장직을 채용해 왔다. 

공사가 개방형직위 공모를 진행하는 이유는 해당 분야의 전문 자격을 갖춘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공사가 제시한 개방형직위 공모 요건은 △관광 혹은 경영 관련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중 관광, 경영, 혹은 창업 관련 업무 수행경력이 10년 이상인 자 △관광, 경영, 혹은 창업 관련업무 수행경력이 10년 이상인 학사학위 소지자 중 관리자 경력이 3년 이상인 자 △관광 관련 업무 수행경력이 15년 이상인 자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한국관광공사 직원도 공모가 가능하다. 

공사는 이 가운데 디지털콘텐츠팀장과 관광기업창업팀장 채용을 대부분 내부 인사로 채우고 있다.

디지털콘텐츠팀장은 2021년 개방형직위 팀장직을 공모한 후 내부 직원 A씨를 임용해 현재까지 팀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광창업기업팀장(前 관광창업지원팀)은 2016년 이후 올해까지 네 차례 공모를 냈다. 처음 개방형직위 공고를 냈던 2016년 당시를 제외하면 외부 인사가 채용된 적은 없었다. 한 번 채용한 외부 인사마저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했다. 당시 2년 계약으로 채용된 팀장 B씨는 공사 내부 사정이라는 이유로 1년 후 보직이 이동됐다.

공사는 이후 2018년부터 올해까지 관광창업기업팀장 개방형직위 공모를 세 차례 더 냈다. 그러나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워졌다.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C씨는 2018년 관광벤처팀장을 거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관광창업지원팀장직을 맡았다. 이듬해인 2022년부터는 지난해까지는 동북아시아 관련 부서에서 근무 중이던 D씨가 맡았다. 

이후 올해 4월 E씨가 임용됐다. 한국방문의해추진단에 근무 중이던 E씨는 지난해 휴직을 신청했으나, 휴직 중 개방형직위에 공모했다. 이후 관광창업기업팀장에 임용돼 예정보다 이르게 복귀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내부 관계자는 “공사가 가진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외부 인사들이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서인지 공사가 내부 직원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사는 당시 팀장의 보직 이동 사유에 대해서는 “공사 자체가 순환근무직이기도 하고, 당시 인사 이동과 팀 내 업무 분장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보직이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개방형직위로 채용된 관광창업기업팀장 내부 인사 세 명 중 임기 중 보직이 이동되거나 그만둔 사례는 없다.

채용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공사는 개방형직위 채용 과정에서 내부 인사를 선호하거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내부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임명을 해 왔다”며 “결과적으로는 개방형직위에 내부 인사가 여러 번 채용된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공사가 내부 인원을 염두에 두고 채용한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밝혔다. 

유상엽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내부 임용이 계속되는 개방형직위에 대해 “조직이 개방형직위를 채용할 때 사내 적응 절차가 필요한 외부 인력보다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내부 인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 사람을 뽑는 것 자체가 편법이나 부정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외부 채용 비율이 너무 낮으면 그건 대·내외 개방형직위를 채용하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고용안정성 때문” 이라며 “유능한 사람이 오려면 임금을 유동적으로 올려주고, 민간인만 채용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직위를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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