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는 ‘세기의 이혼’…주식가치·6공 비자금, 쟁점 살펴보니

대법 가는 ‘세기의 이혼’…주식가치·6공 비자금, 쟁점 살펴보니

- 최태원 SK그룹 회장, 상고 의지 밝혀…“주식가치 잘못 산정”
-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 경정했지만…판결 결과는 수정 안 해
- 노소영 관장 측 “SK C&C 주식 가치, 막대한 상승은 부정 안 돼”

기사승인 2024-06-18 06:00:35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이혼소송 상고 의지를 밝혔다. 사진=이소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며 상고 의지를 강조했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소송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오는 21일 내에 이혼소송 관련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주식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었으며, SK가 ‘6공’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전날인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주식가치 산정 관련 항소심 판결 오류 △SK그룹 명예회복 등을 이야기하며 상고 의지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최 회장과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산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봤다. 대한텔레콤은 SK C&C의 전신이다. SK C&C는 현재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SK에 따르면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이를 통해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샀다. 지난 1998년 대한텔레콤은 SK C&C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쳤다. 1994년에 취득한 1주가 액면분할을 통해 지난 2009년에는 50주가 됐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SK C&C의 주식가치가 고 최 선대회장 사후 355배 증가했다고 봤다. 최 회장이 물려받은 후 주식 가치가 크게 올랐기에 부인인 노 관장에게도 기여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지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최태원 SK그룹의 항소심 판결 중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 계산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그러나 이 계산에 문제가 있었다. 한상달 회계법인 청현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 된다”고 밝혔다. 1998년 당시 5만원의 가치를 50으로 나누면 1000원이지만, 이를 100원으로 판단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를 다시 계산해 보면 1994년에서 1998년까지 주식 가치는 125배 상승했고, 1998년부터 2009년까지는 355배가 아닌 35.5배 늘어난 셈이 된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재벌2세’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놨다”며 “이같은 결과치는 SK그룹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도 고려한 근거가 됐다.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 판결문의 일부를 수정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같은 날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양측에 판결경정 결정 정본을 송달했다. 1998년 당시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1000원이라고 수정한 것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주문까지는 수정하지 않았다. 일부 오류가 고쳐졌다고 해서 판결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최 회장 측은 단순히 경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나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같은 내용은 기존 판례에서도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이 6공 기간 SK그룹이 비호를 받아 성장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SK그룹이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6공화국 당시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는 항소심 판결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날 △300억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6공 시기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지출 제한이 특혜였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손해 본 사항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6공 비자금으로 인정된 300억원의 전달 방식과 사용처 등에 대해 “규명이 필요하다”며 “지난 1995년 비자금 조사 때도 전혀 언급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6공과의 인연으로 그다음인 김영삼 정부에서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도움이 됐다는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5·6공의 일원 또는 관계자에게 그다음 정부가 뒷배가 되어준 일은 없었다”고 사실상 부정했다.

오히려 6공의 사돈 기업이었기에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6공 이후 SK에 대한 광범위한 세무조사가 진행돼 기업 경영에 부담이 컸다. 그러나 세무조사 등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SK는 절대 6공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반면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지적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하여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하여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의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과 관련하여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내 이혼 소송에서 전례 없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기록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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