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신할 ‘기업형 임대주택’…기업 참여·임대료 딜레마

전세 대신할 ‘기업형 임대주택’…기업 참여·임대료 딜레마

기사승인 2024-06-21 11:01:30
‘에피소드 용산 241’ 24㎡(왼쪽)과 40㎡ 룸 전경. 사진=송금종 기자

대규모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 참여 유도가 어렵고 임대료가 기대 이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세 안정화 대책으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100가구 이상의 주택을 20년 이상 임대 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의무 임대 기간 이후 매각을 전제로 운영하는 임대주택과 달리 지속적으로 임대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이가 있다.

현재 종합 부동산 기업 SK D&D와 KT에스테이트가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을 동대문, 영등포, 관악 등에, SK D&D의 ‘에피소드’는 용산, 성수, 신촌 등에서 공급되고 있다. 두 회사의 입주율 또한 높은 편이다. SK D&D 에피소드 6개 지점(4000가구)의 평균 입주율은 약 90% 수준에 달한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도 전세 사기 대안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는 우리나라에서 수명을 다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 추진하는 것이 장기 민간임대주택”이라며 “다음 달에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이 전세제도를 대체하는 데 높은 임대료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으로서는 전세가 아닌 월세 형태로 임대를 놓는 것이 유리하다. 전세로 운영하면 기업의 부채 비율이 올라가고 수익성이 저조한 영향이다. 이는 높은 월세로 이어진다. SK D&D 에피소드 용산의 경우, 대형 평형인 알파타입(전용면적 41㎡)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18만원이 임대료로 책정됐다. 소형평형의 플랫타입(전용면적 29~35㎡)은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참여 유도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증된 기업이 임대인이 되면 전세 사기 가능성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핵심인데 전세 사기 사례가 1~2억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주택일 가능성이 높아 분양 전환 없이 임대만으로 기업이 수익성을 충족할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분양까지 고려해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을 공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한 수익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임대 주택으로는 수익이 낮다”라며 “도심 안에 있으면 토지 가격 상승 시 분양 전환을 하면 되는데 사업성 떨어지는 지역은 공실로 인한 리스크가 있어 기업이 홀로 공급하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사비도 올라간 상황이기에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이자 등 금융적 지원이 확보돼야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