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유류세 요금 인상 ‘만지작’…에너지發 부담↑

전기·가스·유류세 요금 인상 ‘만지작’…에너지發 부담↑

- 총결 전후로 동결했던 전기·가스 인상 검토
- 유류세 인하폭 축소, 기름값 단계적 상승 전망
- 의식주 물가 여전히 높아…“요금 등 구조적 접근 必”

기사승인 2024-06-21 06:00:06
서울 한 주택가의 전력계량기. 연합뉴스 

정부가 그간 동결 기조였던 공공요금의 하반기 인상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데다 유류세 인하폭도 축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에너지 관련 비용 부담이 다소 가중될 전망이다. 부처 간 논의를 통한 완충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 당초 4월 총선 이후 2분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상됐지만 민생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한 차례 동결을 연장한 만큼, 업계에선 하반기 중에는 소폭이라도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2022년부터 실질적으로 전기·가스요금의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총부채는 각각 200조9000억원, 46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높은 물가상승률 또한 공공요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국제유가·환율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3%를 웃돌다가, 이후 2분기 소폭 낮아져 상반기 2.9%로 내려온 상태다.

이에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료 물가상승률도 전년 같은 달 대비 2.7% 올라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1·2·3분기 평균 20~30% 상승폭과 큰 차이다. 현 시점 공공요금 정상화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에너지업계에선 냉방용 전기 사용이 증가하고, 난방 에너지 사용이 감소하는 여름철이 도래함에 따라, 전기요금보다는 여전히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으로 판매 중인 가스요금부터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요금이 홀수 달마다 조정되기에 이론상 빠르면 7월 인상도 가능하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 역시 지난달 27일 언론에 “가스와 전기는 다르다”며 “가스공사는 아직 근본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미수금도 쌓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미뤄왔던 것은 전기·가스요금 인상뿐만이 아니라는 게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0일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8월31일까지 2개월 연장하면서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인하폭 자체는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휘발유 인하율은 기존 25%에서 20%로, 경유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유류세 부담은 휘발유의 경우 리터(ℓ)당 615원에서 656원(+41원)으로, 경유는 369원에서 407원(+38원)으로 늘어난다. LPG도 리터당 12원가량 유류세 부담이 증가한다.

오는 9월부터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아예 종료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유류세 인하 조치의 단계적 종료를 권고하는 등 국제유가 급등기는 지났다는 분석에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원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가 국제 정세와 국민 부담, 유가·물가 동향을 고려해 공공요금에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음에도, 소비자 부담 가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각종 통계와 달리 식료품·의류·주거 등 의식주 물가 수준은 각각 156, 161, 123으로 OECD 평균(100) 대비 크게 높아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전기·가스요금 동결과 유류세 인하 조치 등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면서도 “전기·가스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단계적으로 환원될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령화로 재정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통한 단기적 대응보다 구조적·종합적 측면에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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