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연이은 임원 주6일제 돌입…제조업계, 비상경영체제 선포

불황에 연이은 임원 주6일제 돌입…제조업계, 비상경영체제 선포

- HD현대오일뱅크 창립 60주년, 임원 주6일제 시행
- 쌍용C&E도 주6일제, 건설경기 따른 불확실성 확대
- SK·삼성 등 재계發 비상경영 확장 “위기의식 높아져”

기사승인 2024-06-26 17:54:23
충청남도 대산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 디젤 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불황을 겪고 있는 제조업계에 임원을 중심으로 한 주6일제가 속속 시행되고 있다.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셈이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창립 60주년을 맞는 오는 7월1일자로 임원에 한해 주6일제 근무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민 대표 역시 주1회 공장 출근 일정을 주3회로 늘려 현장 중심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러한 조치는 선제적 위기 대응 차원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업황 불황 장기화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6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9%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1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3052억원을 기록했지만, 1분기 15달러대까지 올랐던 복합 정제마진이 2분기 5~6달러대까지 떨어져 정유업계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못한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내외 불확실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비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대산공장을 중심으로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축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약 223억원을 투자했으며, 최근 일본에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오는 7월1일부터 임원 주6일제 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맞고,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에서도 비상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부동의 1위 쌍용C&E는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주6일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업계 전반적으로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한일시멘트와의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1049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으며, 출하량도 1053만톤으로 같은 기간 13.3% 감소했다. 반면 재고는 129만톤으로 61.3% 증가했다.

그 사이 레미탈(몰탈 제품 브랜드)을 앞세운 한일시멘트가 뒤를 쫓으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2465억원을 기록하며 쌍용C&E(1841억원)을 앞섰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한일시멘트가 555억원을, 쌍용C&E가 10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산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지속하면서 산업계에선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주6일제 등 비상경영체제 도입이 늘고 있다. SK그룹이 지난 2월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킨 데 이어 삼성그룹은 지난 4월부터 전 계열사 임원이 주6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올해 초 업계 최초로 격주 주4일제를 도입했던 포스코그룹 역시 임원에 한해 주5일제로 돌아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근무일을 늘린다고 경영환경이 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금리 등 국내 산업 환경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위기의식 자체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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