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를 꾸려 본격 전당대회 준비에 나섰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단독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 역시 친명계로 채워지며 이재명 일극화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다시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 ‘비전 실종’ 전당대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위원회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전준위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준위원장과 선관위원장에는 각각 4선 이춘석 의원과 이개호 의원이 임명됐다. 앞서 전준위원장으로 범친명계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민주당은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을 배치했다. 이는 당 안팎으로 불거진 ‘이재명 일극 체제’ 비판을 고려해 공정과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위원장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이번 전당대회가 이 전 대표 추대 수순이라는 분위기가 감돈다. 지금까지 이 전 대표 외 전당대회 출마를 직접 시사한 후보도 없을 뿐 아니라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도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들이 ‘친명 마케팅’을 하면서 일극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고, 김병주 의원도 “이 전 대표와 함께 정권 창출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강성 친명계 민형배 의원과 이성윤 의원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 일색’ 분위기에 중진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전 실종’ 전당대회는 당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이라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른바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상황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고위원으로서 어떻게 당을 혁신하고 나아갈 것인지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위원이라 하면 이를 경험하면서 차기 지도자로 성장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와 가깝다거나 함께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김영배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친명 일변도로 가면 나중에 (이에 대한) 평가를 받을 시점에서 거꾸로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당의 다양성이나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상호 전 의원도 중도층 지지 확장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우 전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연임은) 지지층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겠지만, 중도층에서는 ‘이거 좀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를 계속하면 진영에 가둬진다”며 “이 대표의 연임이 대권에 도움이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는 경쟁이 없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양성에 대한 걱정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안이 없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 다음 타자가 없다는 걱정이 들 수는 있지만 지금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준위는 조만간 첫 회의를 열어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와 투·개표 관리 등 실무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전준위 회의 후에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