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도 못 깬 ‘바둑올림픽’ 징크스…한국, 8강에 1명

신진서도 못 깬 ‘바둑올림픽’ 징크스…한국, 8강에 1명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 대회 2연패 도전 실패
응씨배, 한국 4명 탈락 속 원성진 나홀로 8강행
맏형 원성진, 중국 리쉬안하오에게 역전승 일궈

기사승인 2024-07-04 07:55:53
응씨배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 9단(왼쪽)이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기원

연속 우승을 허용하지 않는 ‘바둑올림픽’ 응씨배 징크스는 강력했다.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응씨(應氏)빌딩에서 3일 열린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16강에서 원성진 9단이 중국 리쉬안하오 9단에게 223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응씨배에 출전한 한국 선수 5명 중 4명이 탈락한 가운데 원 9단만 홀로 8강에 오른 것이다.

원 9단은 7⋅8회 이은 응씨배 세 번째 출전만에 처음 8강 진출을 이뤄냈다. 특히 지난 5월 메이저 세계대회인 몽백합배 우승을 차지한 중국 최정상급 기사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거둔 역전승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기대를 모았던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 9단은 중국 왕싱하오 9단에게 180수 만에 흑 불계패하며 대회 사상 첫 2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응씨배에서 두 번 준우승한 박정환 9단은 올해 첫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으나 중국 쉬자양 9단에게 패퇴했다.

신민준 9단(왼쪽)은 중국 일인자 커제 9단에게 막혔다. 한국기원

신민준 9단은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완패했다. 응씨배 첫 본선에 오른 김진휘 7단은 전기 대회 준우승자 셰커 9단을 만나 시종일관 우위를 점했지만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패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복잡한 국면이 이어진 탓에 마지막 순간 계산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는 331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6집반 패배였다.

한⋅중전 4승1패를 기록하며 8강에 가장 많은 5명을 올린 중국을 한국과 일본, 대만이 상대하는 구도다. 한국은 홀로 남은 원성진 9단이, 일본과 대만은 16강전부터 혈혈단신으로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치리키 료 9단과 쉬하오훙 9단이 진격을 이어갔다.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8강에서 원성진 9단은 셰커 9단과 대결을 펼친다. 상대 전적은 셰커 9단이 2승으로 앞선다. 강력한 우승 후보 커제 9단은 신진서 9단을 꺾은 자국기사 왕싱하오 9단과 만났다. 일본 이치리키 료 9단은 중국 쉬자양 9단과 첫 대결을 펼치고, 대만 쉬하오훙 9단은 상대 전적에서 1승으로 앞서는 중국 리친청 9단을 상대한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응씨배 우승 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 액수인 40만달러(약 5억56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

공식 프로대회 중 유일하게 초읽기 없이 ‘타임 아웃제’를 채택하고 있는 응씨배 제한시간은 라운드별로 다르다. 16강전과 8강전은 각 2시간, 준결승전은 2시간30분이 제공되고, 결승전은 각자 3시간30분을 부여한다. 주어진 시간을 모두 사용한 경우 ‘벌점 2점’을 받고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16강전과 8강전은 20분씩 3회, 준결승전은 25분씩 3회, 결승전은 35분씩 3회 연장이 가능하다. 

‘바둑올림픽’ 응씨배 8강 진출자. 중국 5명, 한국⋅일본⋅대만 각각 1명 구도다. 한국기원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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