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등이 소속된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를 향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압박해 부당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고 표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차관의 망발에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며 “교육부는 교육의 질 하락 우려에 대해 반박할 자신이 있다면 내년에 증원이 된 대학에 어떠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지, 내년에 3배 이상으로 정원이 확대되는 의대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을 갖고 “의평원은 각 대학이 준비 중인 상황을 무시한 채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한다”며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의평원은 의대 교육 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각 의대는 주기적으로 교육 수준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거나 학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비대위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의평원을 정부의 압력으로 굴복시키려는 듯한 차관의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무리한 의대 증원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의평원에게 중립적·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 달라며 자신감을 보여줄 일이지 평가기관을 압박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오 차관이 “의사로 편중된 의평원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와 재정 투명성을 포함해 운영상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요청한 사항들을 신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데 대해선 “의학 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선진국의 의평원 이사회 구성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다면 그런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미국 의학교육 평가기관인 미래의학교육인증위원회(LCME)는 의대 인증 등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위원 21명 중 19명이 의료계 인사다. 일본의 의학교육 평가기관 일본의학교육인가협의회(JACME) 역시 이사회 구성원 19명 중 환자단체 이사장 1명을 뺀 나머지 18명이 모두 의사 출신이다. 총 22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의평원 이사회도 정부 대표와 교육·언론·법조계 각각 1명씩을 제외하고 나머지 18명의 당연직 이사가 의료계 인사로 채워져 있다.
비대위는 기초의학 교육을 담당할 교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도 했다. 현재 33개 의대 기준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면역학, 예방의학, 병리학 등 기초의학 교수는 총 1131명이다.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수도권이 12명인 데 반해 호남권은 24.7명이다.
비대위는 “교육부는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을 통해 학생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면서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본연의 임무를 돌아보라”며 “의대 증원의 부당함을 알리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요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