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1대보다 발전된 내용으로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한층 더 수위 높은 압박을 가하며 대통령 재의요구권 사용 이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특검법보다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아울러 야당에 유리한 특검 임명 조항도 추가됐다. 기존 특검법보다 조준점을 명확히 해 더욱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당론 법안으로 내놓은 채상병 특검법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 규명에 더해 대통령실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수사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출국 의혹 등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모든 수사와 재판을 포괄할 수 있도록 수사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현재 채상병 순직 사건은 경찰(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수사 외압 의혹 수사), 군사법원(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죄 재판), 국가인권위원회(박 전 수사단장 인권침해 진정 사건) 등이 담당하고 있다. 이를 특검이 한 번에 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했다.
특검 추천권도 야당에 유리하도록 변경했다. 이번 특검법은 특검 후보 2명 가운데 민주당이 1명, 다른 비교섭단체인 야 6당이 합의해 1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이 그중 2명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최종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과거 대법원장이나 변협이 특검을 추천한 사례를 보면 (반드시 추천권자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없다”고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여당은 사실상 제3당인 조국혁신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검 추천을 받은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미룰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대통령이 특검 추천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2명의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특검에 임명되도록 강제력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역대 특검법에 없었던 특수한 조항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 가정한 적 없지만, 이 정부는 그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부득이 조항을 넣었다”며 “3일 이내에 임명하면 되기 때문에 대통령 재량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간접적으로 ‘탄핵’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 미리 거부권 사용을 가정해 대응 전략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인지,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하면서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직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에 따른 후과(後果)가 어떠할지는 권력을 농단하다 몰락한 박근혜 정권의 최후가 잘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가 되는 이번 달 19일 이전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헌법상 윤 대통령은 법안이 법제처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사용할 수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5일 법제처로 이송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2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황정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사용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에 대한) 추후 전략을 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