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분양 반대’ 속 쌓이는 빈집…미분양 7만 가구 돌파

‘할인 분양 반대’ 속 쌓이는 빈집…미분양 7만 가구 돌파

기사승인 2024-07-09 06:00:41
대구 동구 율암동 아파트에 걸린 할인분양 규탄 현수막. 호갱노노 캡처

국내 부동산 시장에 다 지었으나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개월 연속 증가하며 전국 1만3000가구를 넘어섰다.

9일 국토교통부의 ‘2024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29가구로 전월 7만1997가구 대비 0.2%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4761가구로 전월 대비 0.7% 증가했고,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7368가구로 전월 대비 26가구 많아졌다. 

악성 미분양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3230가구로 전월(1만2968가구) 대비 2.0%(262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부터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424가구로 전월 대비 1.9%, 지방은 1만806가구로 2.0% 늘었다.

반면 주택 착공은 증가세를 보였다. 5월 전국 주택 착공은 1만7340가구로 전년 동월 1만2269가구 대비 41.3% 증가했다. 수도권 착공은 1만93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73.3% 늘었고 지방도 7247가구로 12.5%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계는 10만6537가구로 전년 동기 8만1083가구에 비해 31.4%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상황 속 착공 물량까지 늘어 해소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집계되지 않은 물량까지 합칠 경우 미분양 주택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미분양 주택 수가 정부 집계를 크게 웃도는 10만 가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분양 집계는 지방자치단체가 현황을 취합하는데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할인 분양에 반대하며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을 부과해 논란이 됐던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이사 차량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보배드림 캡처

일부 시공사는 할인 분양을 하고 있으나 입주민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실제 전남 광양 한 아파트에서는 할인 분양 받은 세대의 이사를 막기 위해 기존 입주민이 바닥에 누워 차량 진입을 막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0월에도 약 5000만원 할인 분양이 진행되자 입주민들이 ‘주차 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및 공용부시설 사용 불가’,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등의 내용을 의결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 임대하는 미분양 CR(기업구조조정)리츠 제도를 도입했으나 시장에서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CR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시공사, 신탁사 등이 FI(재무적투자자) 선순위 투자 등을 받아 CR리츠를 구성해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CR리츠 도입 이후 미분양 물량은 △3월 6만4964가구 △4월 7만1997가구 △5월 7만2129가구로 감소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악성 준공 후 미분양 역시 △3월 1만2194가구 △4월 1만2968가구 △5월 1만3230가구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여전한 상황이다. 많은 미분양 물량이 쌓인 대전의 경우 지난해 12월 894가구에서 지난 4월 1317가구, 5월 2538가구로 계속해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부산도 지난해 12월 2997가구이던 미분양 물량이 3월 3222가구, 4월 4556가구, 5월 5496가구로 증가세다. 

전문가는 CR리츠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CR리츠 도입 등은 결국은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미분양 물량 중 시장이 회복될 때 수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업성을 갖춘 물량이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매입 시 종합부동산세를 5년 배제한다고 하는데 5년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CR리츠도 무조건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미분양 해소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대구도 일정 부분 거래가 되고 있다”라며 “자체적으로 할인 분양 등을 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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