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알밤을 가장 많이 넣어주는 자급자족식당[맛좋은 칼럼]

전국에서 알밤을 가장 많이 넣어주는 자급자족식당[맛좋은 칼럼]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기사승인 2024-07-12 18:33:11
밤오리백숙 한상차림

마곡사 가는 길 보약백숙 명가 '오리랑닭이랑'

충남 공주시 사곡면 가교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태화산마곡사 가는 길에 만나는 ‘오리랑닭이랑’은 엄태운, 노길순 부부와 둘째 딸 엄영아가 함께 운영하는 가족식당.

주인장 노길순 엄영아 모녀.

필자가 보증하는 공주특산물 알밤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넣어주는 오리닭백숙 전문점이다. 충남 공주시에서 인정하는 공주 으뜸맛집에 5년 연속 지정받아 명예의 전당으로 선정된 집이기도 하다.

공주 사곡중학교 지나 천년고찰 마곡사 들어가는 길목 우측에 스머프집 같은 멋진 건물이 넓은 주차장과 함께 우뚝 서 있다. 안으로 들어오면 상당한 미모(?)를 겸비한 노길순 여주인장이 어찌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웃는 모습, 밝은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여기다 구수한 입담과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집이다.

이 집은 백숙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자급자족해서 사용하는 곳이다. 식당 뒷산에는 밤나무와 함께 엄나무,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옻나무, 꾸찌뽕, 은행, 대추나무 등이 심어져 있어 모든 식재료를 농사지은 걸 사용해서 자급자족식당으로 불리고 있다.

메뉴는 알밤이 푸짐하게 들어가는 알밤오리닭백숙을 비롯해 밤오리주물럭, 밤 닭볶음탕, 밤옻닭백숙 등 요리에 밤이 듬뿍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특히 알밤과 함께 각종 한약재 16가지를 넣고 끓여낸 보약백숙이 유명하다.


3만 평 농장에서 농사지은 걸 사용하는 자급자족식당 

밤오리백숙은 보약 같은 육수가 비법. 엄나무,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자연산 구찌뽕, 황기, 구기자, 당귀, 칡, 인삼, 양파껍질, 파뿌리 등 16가지를 한약재를 넣고 장작불에 10일 정도 끓여 내는 육수가 보약. 이 육수를 붓고 인삼, 알밤, 대추, 은행, 마늘 등을 넣은 오리를 압력솥에 1시간 삶아 낸 다음 파 채를 올려 손님상에 낸다.
'오리랑닭이랑' 밤오리백숙.

한약재와 어우러진 오리백숙이라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잡 내가 없고 구수한 깊은 맛이 깔끔하다. 국물 한 방울 남기기 아까울 정도로 깊은 한약재의 맛과 오리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져 정말 보약을 먹은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또 한약재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한약냄새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이런 맛 때문에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어렵다. 특히 삶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소 1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입구에는 눈에 확 띄는 커다란 입간판이 서있는데 여기에는 “1시간 전 예약. 마곡사 다녀오시는 동안 준비할게요!” 라는 문구가 마곡사로 들어가는 운전자들이 볼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실제로 마곡사에 가면서 미리 예약해 놓고 마곡사 구경하고 나오면서 보약백숙 먹는 분들이 많다. 도로 가에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어 진입도 편리하다.

보약 백숙에는 특히 알밤이 듬뿍 들어가 있는 게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알밤이 들어가는 백숙이다.

5년 연속 공주 으뜸맛집 명예의 전당 선정

밤오리주물럭은 오리를 밑간 해서 48시간 숙성시킨 다음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청 등 12가지 재료를 넣고 만든 양념장에 48시간 정도 재워 손님상에 올린다. 여기에도 공주 알밤이 수북하게 들어간다. 양념은 매콤 달콤하고 잡 내가 없고 회전율이 빨라 오리가 신선해 냄새가 없고 뒷맛까지 개운하다.

심지어 백숙에 딸려 나오는 찰밥에도 알밤이 수북하게 얹어 나오고 특이하게 밑반찬에도 생밤이 나온다. 그 정도로 공주특산물 알밤홍보에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이 집에서 나오는 생밤과 삶은 밤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밤 맛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 집이다.
'오리랑닭이랑' 밤오리 주물럭.

이렇게 모든 요리에 공주알밤을 푸짐하게 줄 수 있는 것은 엄태운 남 주인장이 23년 전부터 식당 뒷산의 임야(3만 평)에 2000그루의 밤나무를 심어 밤나무 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옻나무, 엄나무, 두릅나무도 6000주가 심어져 있고 대추, 은행 등 백숙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농사지은 걸로 충당한다. 

주인장 부부는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공주시내에서 교복사업을 했다. 사업을 하면서 10년 후에 밤 오리백숙 음식점을 구상하고 알밤 백숙요리연구를 꾸준히 하면서 백숙과 오리불고기 등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자급자족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식당 옆에는 수확한 밤을 선별하는 선별기와 저온저장고까지 두고 공주 알밤을 저렴하게 판매까지 해 바쁘다고 한다. 알밤은 식당 안에서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이곳의 밤은 이황하탄소를 쓰지 않는 친환경 물수침으로 훈증하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한다.
명정삼 기자
mjsbroad@kukinews.com
명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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