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강력한 실행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도에 나선다. 유통업을 비롯해 식품, 서비스업, 화학까지 위기에 놓인 가운데 신속하고 민첩한 의사 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룹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인공지능 전환)을 위한 사업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19일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그룹 경영 목표인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는 상·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번 VCM을 진행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모여 경영 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VCM은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신 회장은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가치경영’으로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기존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4가지를 꼽았다.
신 회장은 ‘혁신자의 딜레마’를 인용해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선도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기존사업에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을 위한 수단으로 AI(인공지능)를 적극 검토하고 관련된 본원적 전략 과제의 신속한 추진도 요청했다.
또 글로벌 사업에서 올해 상반기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한 인도 및 동남아시아의 사업을 소개하는 한편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룹 전반에 고부가 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기차 배터리 소재,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 노력을 예시로 들었다. 재무 측면에서는 고금리,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리스크가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주요 투자 의사결정 시 더욱 면밀하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당부했다.
그는 경영방침을 실행하기 위해 CEO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CEO들은 회사 경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앞서 진행됐던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와 관련해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의 씨앗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며 스타트업 혁신 DNA 연계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우리에게는 과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와 열정이 있다”며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지속 성장하는 그룹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는 메시지로 VCM을 마무리했다.
한편 롯데는 이날 VCM에 앞서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경험할 수 있는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를 마련했다.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는 롯데 경영진이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이들과 신규 사업 또는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한 행사다. AI 기반 콘텐츠 제작, 사물인터넷(IoT) 기반 초소형 점포,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16개 유망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식품, 유통, 화학군별 하반기 경영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각 사업군 총괄대표는 글로벌 복합위기로 고착화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행사를 앞두고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도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자격으로 공식 배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별도 발언은 하지 않았다. 신 전무는 지난 1월 상반기 VCM에도 참석한 바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미국 CES 2024, 독일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으며 경영 일선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