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는 옵션? 신축 아파트 누수 피해 반복

‘워터파크’는 옵션? 신축 아파트 누수 피해 반복

기사승인 2024-07-23 10:18:31
경기도 화성시 화성시청역 ‘서희스타힐스4차’ 아파트 누수로 인해 물이 고인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신축 아파트 여름철 누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누수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대책 마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 리포트에 따르면 여름철인 7~8월에 누수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아이는 지난해 1~12월 누수 관련 민원 건수 및 전월 대비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7월은 누수 민원이 전월 대비 218% 증가한 251건이라고 밝혔다. 누수 민원은 7월·8월·5월·12월 순으로 많았다. 

최근 서희건설이 시공한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역 ‘서희스타힐스4차’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 물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한 입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신축 아파트 부실 공사를 몸소 체감 중”이라며 “어떤 동은 계단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비 올 때 창문에 비가 새는 세대도 있어 방수가 제대로 안 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종종 들렸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하 주차장 누수 원인에 대해 “배수펌프가 정상인데 수용 용량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구 북구 ‘대구 오페라 스위첸’ 지하 주차장에서도 물이 샜다. 단지 시공은 KCC건설이 맡았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사전점검 이후 미시공, 하자 문제 등으로 국민신문고, 대구시청, 대구 북구청 등에 온라인 민원 530건을 제기했다. 하지만 ‘중대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준공 승인이 났다. 이후 지난 6월19일 아파트 옥상 상수도관에서 누수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대구 북구 새올전자민원창구에 “아파트 꼭대기 49층부터 배관이 터져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 맨 윗층부터 지하까지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민들은 누전으로 인한 안전사고, 골조에 스며든 물기에 의한 붕괴 위험 등으로부터 불안과 두려움을 가진 채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희건설은 해당 문제에 대해 하자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희건설 측은 “배수펌프 고장으로 인한 것”이라며 “가정에서 변기에 물티슈 등의 이물질을 버리면서 배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침수 원인에 대해 조치를 해놓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KCC건설은 “누수 발생 당일 대구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우수배관이 밑으로 쏠리면서 우수배관 접합부가 탈락해 누수가 발생했다”면서 “바로 보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구 오페라 스위첸에 누수가 발생해 물이 새는 모습. 대구 북구 새올전자민원창구

전문가는 장마철 많은 비로 인해 하자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면서도 누수는 엄연한 하자라고 지적했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교수는 “비가 많이 내리면 외벽에 조금만 틈이 있어도 스며들어 비가 적게 내릴 때와 달리 눈에 보이는 하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례마다 다르지만 누수는 방수층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거나 외부 창호 등에 실링 코킹이 제대로 마감되지 않았을 경우”라며 “대부분 시공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도 “정확한 건 현장 조사를 해야 하지만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발생하는 누수는 상부 슬래브 균열과 위쪽에 시공된 방수층 불량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차장 천장 누수는 천장 슬래브의 결합 문제”라며 “콘크리트 슬래브가 충분한 강도를 발현하기 전에 토사를 쌓아두면 구조체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만일 시공 계획상 상부에서 흐르는 물을 적절한 곳으로 유도해서 주차장을 활용하는데 문제없도록 설계했다면 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곳으로 물이 흘러 주차장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하자가 맞다”고 지적했다.

건물 시공 후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 교수는 “방수에 대한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면 방수층에 손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공사 단계에서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수 공사가 끝난 후 다음 공정에 들어가기 전에 방수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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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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