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모집에도 전공의 복귀 회의적…교수들 수련교육 ‘보이콧’ 조짐

하반기 모집에도 전공의 복귀 회의적…교수들 수련교육 ‘보이콧’ 조짐

‘수련 특례’에도 전공의들 “돌아가지 않겠다”
연세의대 교수들 “하반기 모집 전공의 제자 인정 안 해”
성균관의대 교수들,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주장
정부, 유감 표명…“온당한 태도 아냐”

기사승인 2024-07-24 12:13:37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지난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시작됐지만 지원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선 하반기 채용 절차에 참여하지 않거나, 전공의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보이콧’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의료 현장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이뤄진다. 이후 필기·실기시험, 면접 등을 거쳐 선발이 마무리된다. 선발 전공의는 9월1일부터 병원으로 출근한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 151곳 중 110곳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7707명(인턴 2557명·레지던트 5150명)을 뽑겠다고 정부에 신청했다.

정부는 9월 수련 특례를 거듭 강조하며 이번 기회에 돌아와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히려 더 강경해지는 모습이다.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118명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원장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전공의들은 생계가 어려워져도 수련을 이어나가지 않을 심산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사직 전공의인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변에 구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이 많다”며 “동네 병원 일을 구하지 못해서 카페, 배달, 콜센터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지만 다들 수련병원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 갈등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병원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으로 충원된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방 전공의들도 수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련 권역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로비의 정상 진료 안내를 담은 스크린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의 자리를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선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9개 진료과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도 하반기 모집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하반기 모집에서 빅5 병원이 신청한 인원은 서울대병원 191명, 세브란스병원 729명, 서울아산병원 423명, 삼성서울병원 521명, 가톨릭중앙의료원 1019명이다.

삼성서울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주장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오는 9월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되고 나면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 사태를 해결하고 의료 정상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묘책은 2025년도 의대 증원을 비롯해 그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의료 정책들을 2월6일 이전으로 되돌리고 의정 합의를 거쳐 합리적 행정을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전공의에 대한 지도 거부를 시사한 것을 두고 환자들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23일 논평을 내고 “환자의 고통과 생명을 포기하고 국민의 치료권을 방해하는 행동은 자랑스러운 학풍이 아니라 몰염치하고 반인륜적 학풍임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철회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용기를 내 하반기 수련을 이어가려는 전공의들을 위축시키는 행태라며 의대 교수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출신 학교나 출신 병원으로 제자들을 차별하겠다는 성명은 의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며 헌법적, 인권적 가치에도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병원은 전공의법에 따라 수련 계약과 수련 규칙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차별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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