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월 300만원, 돈 없으면 죽는다”…폐섬유증 환자의 호소

“약값 월 300만원, 돈 없으면 죽는다”…폐섬유증 환자의 호소

기사승인 2024-07-24 14:00:03
국민동의청원에 중증 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한 달 약값이 300만원에 달하는 비급여 약제인 ‘오페브’의 급여화를 촉구했다. 국민동의청원 캡처

“‘돈 없으면 죽는다’라는 말을 이리도 절실히 깨달을 줄 몰랐습니다.”

24일 국민동의청원에 55세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지난 2021년 쇼그렌 증후군 진단을 받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섬유화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쇼그렌 증후군 치료에만 전념하다보니 다른 질환을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며 “네 차례 기흉수술을 받고 폐기능이 점점 악화돼 다른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전했다. 이어 “비급여 약제인 ‘오페브’를 써야한다는데, 약값이 한 달에 300만원이 든다고 한다”며 “일반 직장인의 한 달 급여와 맞먹는 금액인데 이를 평생 먹어야 한다니 암담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은퇴 후 삶을 준비해야할 나이인데, 직장 눈치 봐가며 매일 불안한 마음”이라며 “오페브의 급여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약제비 부담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견디는 환우와 그 가족들을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기준 5512명의 동의를 얻었다. 8월17일까지 5만명의 동의가 있으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다.

특발성폐섬유증은 뚜렷한 원인 없이 폐가 딱딱하게 굳는 질환으로 주로 노년층에게 발생한다. 수술하지 않을 경우 2~5년 안에 사망하는 중증 질환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2021년 1만8000여명에서 2022년 환자수가 2만1000여명을 넘어섰다. 

오페브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치료제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이후 8년째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좌초됐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오페브 급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임상 3상에서 폐활량 수치를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결과를 바탕으로 급여 필요성을 적극 제기할 방침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급여 등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선택지는 넓어질 전망이다. 오페브는 2025년 1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는 오페브의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일동제약, 대웅제약, 현대약품, 삼오제약, 영진약품, 환인제약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페브는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해 환자들의 선택 옵션이 좁았다”며 “약가가 낮은 제네릭으로 급여권 진입을 시도하려는 업계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폐섬유화증 환우회 관계자는 “제네릭이 나오면 약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기대는 큰데 언제 출시될지 몰라 답답하다”라며 “오페브를 사용할 정도라면 다른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심각한 상황이다. 약값에 허덕이는 많은 환자들이 급여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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