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수가 역전’ 칼 빼든 정부…저평가 필수의료 수가 150% 인상

병의원 ‘수가 역전’ 칼 빼든 정부…저평가 필수의료 수가 150% 인상

야간·공휴일·응급 의료행위 가산 확대
의원 수가 0.5% 인상…초·재진 진찰료 4%↑
“합리적 수가 체계로 나아가는 첫걸음”
의료계 반발 극심…“전체 수가 인상 필요”

기사승인 2024-07-24 19:22:58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진료비) 인상률을 일괄 적용하는 대신 저평가돼 있던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1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일괄적으로 수가를 인상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우선순위가 높은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또 병원급보다 의원급 수가가 역전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의원급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원·병원의 환산지수 결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의료 행위별로 정해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한 값이다. 환산지수는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의원, 약국, 한의 등 7개 의약 단체와 각각 협상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지난 5월 말 협상에서 치과, 한의, 약국, 조산원 등의 내년도 환산지수 인상률이 먼저 타결됐고, 당시 결렬됐던 의원과 병원은 이날 건정심에서 가결됐다.

건정심은 병·의원 환산지수를 결정하면서 일괄 인상이 아닌 저평가된 의료 항목의 보상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존처럼 환산지수를 획일적으로 인상할 경우 고가 장비를 이용하는 검체·영상과 같이 고평가된 행위는 더 크게 인상되고 수술, 처치 등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힘든 저평가된 행위는 상대적으로 작게 인상되면서 보상 불균형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수가 불균형 체계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문제로 이어졌다고 보고 병·의원 환산지수 인상, 즉 수가 인상에 투입하기로 했던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저평가된 의료 행위를 집중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네 의원의 수가를 올해 대비 0.5% 올린다. 초진·재진 진찰료는 각각 4% 인상한다. 병원급은 1.2% 상향 조정했다. 상대가치 점수에 반영되는 수술, 처치, 마취료에 대한 야간·공휴일 가산은 50%에서 100%로 확대한다. 

병원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가산은 50%에서 150%로 늘리고, 의원급에 적용되던 토요일 가산도 적용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외과계 의원에 대한 수가 개선방안을 의사회 등과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괄적인 수가 인상과 동일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저평가된 의료 행위의 보상을 강화하고 행위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충현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지난 23일 열린 사전설명회에서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는 게 아니라 환산지수는 하나로 하되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할 재원 일부를 저평가된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건정심 회의에서 “수가의 두 축인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함으로써 합리적인 수가 체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시작한 데 의미가 있다”며 “저평가 행위에 대한 집중 보상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지역의료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정심에서 결정된 의원·병원 유형의 환산지수와 상대가치 점수 조정 방안은 복지부 고시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다만 의료계가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건정심은 의료계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저평가된 분야의 수가를 더 올려 의료 행위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논리를 갖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수가 인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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