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로 못 사겠다”…티메프 사태에 여행업계 ‘불똥’

“이커머스로 못 사겠다”…티메프 사태에 여행업계 ‘불똥’

“항공·숙박 등 여행 상품 취소…이커머스 못 믿겠다”
업계 “여행심리 위축…당분간 여행업계 타격 있을 것”

기사승인 2024-07-30 06:00:06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상품을 환불받기 위해 모여든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환불되길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커머스 통해선 항공이나 숙박 절대 구매 안 할겁니다.”

지난 4월 위메프를 통해 구매한 230만원 상당의 항공권을 환불받은 A(43·여)씨가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황금 연휴에 해외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환불 대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온라인 접수는 순번이 뒤로 한참 밀릴 것 같아 급하게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본사로 올라가 현장 접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환불받기까지 꼬박 이틀을 아무것도 못하고 1분에 한 번씩 계좌 잔고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계획했던 여행도 포기해야 했다. A씨는 “4월에 결제했던 항공편이 현재는 1.5배가 올랐다. 예산에 맞춰 비행기표를 다시 구매할 수 없어 올 가을 여행은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행 상품은 여러 할인 프로모션 메리트 때문에 이커머스에서 구매해 왔었는데, 앞으로는 번거롭고 조금 비싸더라도 업체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를 통한 고액 여행 상품 구매 등에 거부감을 갖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황금 연휴를 앞두고 있는 데다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를 회복하고 있는 항공사·여행사 등 관광업계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평소 이커머스를 통해 ‘땡처리 항공권’ 등을 자주 구매했다는 김재환(39)씨는 “이번 티메프 사태의 피해자는 아니지만, 평소 이커머스에서 싼값에 팔리는 항공권이나 패키지 상품을 자주 샀는데, 앞으로는 이커머스에서 선뜻 구매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자금을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더 많겠지만, 솔직히 위메프나 티몬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할 줄 누가 알았겠나.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 여행업계는 여행심리 위축 등을 막고자 소비자 보호에 나섰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플랫폼 업계에서는 여행심리 위축 등을 막기 위해 피해자 보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야놀자는 티몬·위메프에서 야놀자의 숙소 및 레저 상품을 예약 및 결제해 사용이 어려워진 8만여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 금액만큼 전액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한다. 티몬과 계약을 맺고 있던 여기어때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예약한 모든 숙박을 정상 진행하기로 했다”라며 “공급사와 함께 피해 방지,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티몬을 통해 구매한 모든 여행상품은 예정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행 플랫폼에 비해 피해 규모가 훨씬 큰 여행사는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대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 피해 부담까지 전부 지원해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여행업계가 굉장히 힘들다. 팬데믹이라는 정말 어려웠던 기간을 겪고 겨우 회복을 하려고 하는 찰나에 이런 사태까지 터져 매우 곤란하다”며 “최대한 고객들의 취소 요청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중이지만, 전부 부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해 타 이커머스를 통한 여행 상품 구매 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제 누가 이커머스를 통해서 여행 상품을 사려고 하겠나. 티몬과 위메프뿐 아니라 타 플랫폼으로도 고액 상품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름 휴가철에 추석과 황금 연휴까지 겹친 성수기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업계에서 피해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도움을 준다고 한들 당분간 여행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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