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올리브영 버스 타요”…뷰티 한류가 K-관광 효과까지

“공항서 올리브영 버스 타요”…뷰티 한류가 K-관광 효과까지

올리브영, 외국인 대상 공항-명동 무료 버스 운행
K-뷰티·패션 인기…면세점 대신 올영·무신사 간다

기사승인 2024-08-05 18:24:09
5일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화장품과 옷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3박 4일 일정 동안 올리브영에 다섯 번 넘게 들린 것 같아요.”

K-뷰티와 패션이 K-관광까지 이끌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1월 31일까지 6개월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천공항부터 명동까지 일 3회 편도 운행하는 전용 버스인 ‘올영 익스프레스’를 시범 도입했다. 

이날 명동 거리에서도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연두색 올리브영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광 목적 외국인 입국자 수는 600만명이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00만명에 달한다. 

상반기에만 방한 관광객 10명 중 약 7명이 올리브영을 찾은 것이다. 대표 관광 상권인 명동 내 6개 지점의 외국인 매출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68% 성장했다.

이날 올리브영 버스를 이용했다는 일본인 관광객 A(25·여)씨는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올리브영 방문이 한국에 온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일본 드럭스토어에도 올리브영 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한국보다 비싸서 (한국에서) 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브영은 면세점보다 접근성이 좋고 SNS에서 유행하는 화장품을 소량씩 살 수 있어서 좋다”며 “면세점보다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화장품 가짓수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올영 익스프레스는 인천공항 제 1터미널에서 출발해 명동 해운센터 앞까지 편도 운행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매장 방문 유도가 목적이 아닌 해외 관광객이 서울 유명 관광지인 명동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운영 중인 서비스”라며 “도착 지점을 굳이 매장 앞으로 설정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뷰티와 관광의 접점을 늘려 나가는 기회도 될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해외 관광객이 K-뷰티나 패션 경험을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광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6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6월엔 142만명이 한국을 방문하며, 2019년 동월 대비 96%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월별 회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 관광객은 코로나 19 이전 수치에 가깝게 회복 중이지만, 면세업계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 수는 81만명으로 전년 동기 53만명 대비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액은 8543억원에서 9475억원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면세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관광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K-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아진 해외 관광객은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홍대와 성수 등 ‘핫 플레이스’가 몰린 지역들을 방문한다.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고, 올리브영과 무신사 등에서 화장품과 옷을 쇼핑하는 것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45%로 집계됐다. 홍대와 성수점도 외국인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관광업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대신 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등 로드샵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진짜 한국 사람들이 쓰는 화장품이나 입는 옷’들을 따라 쓰고 입는 유행이 번지기 시작했다”며 “국내 뷰티와 패션업계에서도 올리브영처럼 외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춘 여러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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