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현장검증, ‘투표지’ 빼곤 빈손 …野 “9일 청문회서 재검증”

방통위 현장검증, ‘투표지’ 빼곤 빈손 …野 “9일 청문회서 재검증”

야당 과방위원, 방통위 찾아 회의록 제출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방통위 “권한 없어 제공 못 해”
공영방송 이사 선출서 작성된 투표용지 제출

기사승인 2024-08-06 17:59:14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통위 현장검증에서 비공개 자료 제출 여부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방통위는 1인 체제에서 이사 선임 회의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고 야당은 추가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과방위 야당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6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이사 추천 및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 의결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과방위 소속 여당 위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현재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임명 당일 김태규 부위원장(현 위원장 직무대행)과 함께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6명 및 KBS 이사 7명을 선임했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방통위에게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 날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당시 속기록과 이사 명단 결정에 사용됐다는 투표용지 등이다.

방통위는 인사 관련 안건이 원칙적으로 비공개며, 운영규칙상 비공개회의 속기록 공개가 위원회 의결사항이라고 맞섰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비공개 회의에서 이뤄졌고, 비공개 회의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회의록)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 저희 독단적으로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오후 회의에 김 직무대행이 출석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격화했다. 김 직무대행은 “여기는 방통위 청사고, 청사의 기본적 관리권은 내게 있다”며 “피감기관 청문 받듯이 검증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자료는 제출할 권한이 없어서 줄 수 없다. 굳이 줄 수도 없는 자료를 왜 보겠다고 오냐”고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권익위로 돌아가라”, “거기 왜 앉아있냐”고 맞받아쳤다. 김 직무대행은 “이 회의 자체를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지금 질문할 자세를 갖춘 거냐. 수십 명을 끌고 와서”라고 재차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깡패냐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현장 검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 선정 과정에서 진행됐던 일체의 자료 중 투표용지만 자료로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현장 검증에 대한 인식이 없고, 권한대행이 아직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 됐다”며 방통위와 김 직무대행을 비판했다. 이어 “나머지는 오는 9일 청문회를 통해서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투표용지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선 “투표용지는 그냥 투표용지이기 때문에 여기에 불법성은 없다”면서 “다만 사무처장이 투표 관리를 했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투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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