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 시 ‘소변검사’ 제출하라는 대학…건강‧인권침해 논란

생리공결 시 ‘소변검사’ 제출하라는 대학…건강‧인권침해 논란

기사승인 2024-08-14 15:58:14
지난 12일 수도권의 A대학이 발표한 생리공결 출석인정 안내사항. 생리공결 시 진단서 및 진료확인서와 함께 소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권침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A대학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오는 2학기부터 생리공결 증빙서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생리공결 시 진단서 및 진료확인서와 함께 소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생리공결 급증 및 부정사용을 예방하겠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지만 전문가는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 및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 남성중심적 사고라 지적했다.

지난 12일 수도권의 A대학은 ‘2024-2학기 생리공결 출석인정 안내 사항’을 발표했다.

A대학 학사운영팀 이름으로 발표한 ‘생리공결 사용 기준’ 중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변검사’ 증빙서류다. 학교 측은 “반드시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실시한 후 발급되는 진단서 및 진료확인서에 한해 출석 인정이 된다”며 “진단서 혹은 진료확인서에 반드시 소변검사를 실시했다는 문구가 기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변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병원에서 받은 진료확인서는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없다”며 진료 접수 시 사전 확인 및 학교 앞 협력병원에서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A대학은 소변검사 포함 증빙서류 강화는 공결 사용 증가 및 부정사용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1학기 총학생회 요청으로 생리공결의 증빙서류를 진단서뿐만 아니라 진료확인서도 허용했으나 이후 생리 공결이 급증했다”며 “2024학년도 1학기에는 전체 출석인정의 53.5%가 생리공결 출석인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의 경우 생리통과 무관하게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함에 따라 부정 사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대학의 생리공결 증빙강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 커뮤니티에는 ‘생리공결 시 소변검사도 함께 제출해야 하는 대학교’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오전 11시 기준 조회수 3만9천회를 넘겼고, 429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악용 방지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아파서 학교도 빠질 정도인 사람한테 병원 갔다오라는 말인가” “어짜피 악용, 남용 해봤자 수업 내용 못 듣는 사람만 손해 아닌가. 뭐 이리 쪼잔하게 구는지” “이건 너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왕진이라도 오는 줄. 그냥 쓰지 말라는 말이네” “누구 머리에서 나왔냐. 피묻은 생리대 찍어서 보내라는 급이다” “강의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도 확인하게 대소변 받아오라고 해라” “소변검사 할 시간 있으면 학교에 가겠다. 아픈 사람한테 할 말이냐” “한 달 중에 일주일 생리 하는데 고작 하루 주면서 왜 저러냐”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2일 수도권의 A대학이 발표한 생리공결 출석인정 안내사항. 생리공결 시 진단서 및 진료확인서와 함께 소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권침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A대학 공지사항(생리공결 출석인정 안내 사항) 캡처

전문가는 생리공결 증빙은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 및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요즘 세대들은 모든 영역에서 가성비를 따진다. 수업도 예외는 아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과 신체적 고통 중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건강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자 학교의 규정으로 보장된 권리이기도 하다. 있는 제도를 이용해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건데 생리공결을 증명하라는 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생리공결 증빙은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 조사관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의구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그 하루의 공결이 여학생들의 삶에 굉장히 큰 번영, 풍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비난하고 있다. 남성중심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면서 “복합적으로 사안을 전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은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여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도입됐다. 생리통 때문에 수업에 결석할 경우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많은 대학에서 생리공결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A대학 역시 학사규정 제 32조에 따라 생리공결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 A대학의 ‘결석의 출석인정’ 처리 규정에 따르면, 생리공결의 출석인정 기간은 진료일자 기준 하루만 인정하고 있다. 생리공결은 학기 중 3회로 제한하고 있으며 신청 후 3주 경과 이후부터 재신청이 가능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은 생리공결 인정이 불가능하며 개강 12주차 이후에도 생리공결을 인정받을 수 없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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