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여야 정치권 모두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정통적으로 호남의 지지를 받아온 민주당뿐 아니라 ‘서진 정책’ 등을 내세우면서 호남 마음 얻기에 공을 들이던 국민의힘 역시 호남을 챙기지 않는 분위기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결과 당 지도부 비호남권 출신으로 구성됐다. 전북 출신인 한준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은 수도권·영남에 적을 두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고, 최고위원인 김민석 의원은 서울 태생이지만 선친이 경남 사천 출신이다. 또 전현희(경남 통영)·김병주(경북 예천)·이언주(부산) 최고위원도 영남이 고향이다.
과거 민주당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호남 출신 최고위원 후보가 3연속 낙선하는 등 오히려 영남권 출신이 당을 이끄는 주류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잔혹사는 지난 21대 국회서부터 이어져 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호남 유일의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형배 의원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부진하 민 의원은 후반부 정봉주 ‘명팔이’ 논란 이후 강성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막판 지지율 반등에 나섰지만 결국 낙선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동진 정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19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놀라는 것은, 6명의 선출 인사 중 5명이 안동·사천·통영·예천·부산 등 경상도 지역 연고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표면적인 결과를 바라보면 이재명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된 형태라는 이야기만 언급되겠지만, 대선을 생각해 보면 저 ‘영남 라인업’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역시 호남은 관심사 밖이다. 과거에는 지역을 안배해 주요 당직자를 인선하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 차원의 배려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 호남 출신 국무위원 등을 선임하며 지역을 안배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는 지적이다.
호남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 표심을 공략해야 할 때에 국민의힘은 갈수록 극우·극보수로 가면서 스스로 정치 지형을 축소시키고 있다”며 “호남을 적극 포용하고 공략하는 서진정책, 중도확장 정책으로 민주당에 맞불을 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외면한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호남에서 앞선 지지율을 보인 데 이어 오는 10월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재보궐선거에도 후보를 내 호남의 맹주임을 입증하겠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