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이 이를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사고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신뢰 형성을 유도해 법적 분쟁 자체를 막는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주관 정책 토론회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이 법적 부담은 줄인 채 환자에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경위는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때 이뤄진 사과나 유감 표명은 향후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또 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가칭)을 신설하고, 사고 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 전공과목별 감정위원을 확충한다.
더불어 감정 불복 절차를 신설하고, 의료인 외에 환자, 소비자, 법조인 등 사회 각계를 감정위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재 의료사고 감정부는 상임위원 1명, 의료인 1명, 법조 1명, 환자·소비자 2명 등 5인으로 이뤄져 운영 중이다. 제도를 국민 입장에서 평가하며 개선점을 제안하는 ‘국민 옴부즈만’도 도입한다.
아울러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공유해 불필요한 대면 소환·조사를 최소화하고, 기소 전 의료 전문가가 참여한 형사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반의사 불벌죄 특례’, ‘공소제기 불가 특례’ 등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등의 고액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진료과 의료진의 의료사고 배상책임 보험·공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한다.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 약관을 마련해 보험 상품 개발·운영도 활성화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약 3억7000만원에 이른다. 상급종합병원의 최대 배상액 지출 규모는 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가입 대상을 300병상 미만으로 정하고 있어 고위험 진료를 맡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소송 전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사고 감정·조정제도의 사회적 공신력을 높이겠다”며 “환자는 사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의료진은 과도한 사법 리스크 없이 소신껏 최선의 진료를 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