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정공법 택하라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정공법 택하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기사승인 2024-08-27 06:00:08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의미가 큰 내용이 포함될 것 같다. OECD 회원국 70%가 도입한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서다. 국회 연금개혁 논의가 산으로 가버린 마당에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회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부채가 더 늘어나는, 후세대에게 덤터기 씌우는 개악안을 선택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근거로 대다수 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이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안을 받으라고 대통령실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필자가 속한 연금연구회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자칭 개혁안이라는 안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크게 늘리는 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182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연금 빚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전제에서도, 빚을 더 늘리지 않으려면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안’의 경우 보험료를 걷어야 한다. 21.8%를 걷어야 하는데 13%만 걷으니 매년 적게 걷은 8.8%포인트 만큼의 빚이 더 늘어난다. 오는 2050년 국민연금 미(未)적립 부채가 6366조원으로 27년 만에 3.5배가 급증하게 되는 배경이다. 미적립부채란 이미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를 의미한다.

대통령실이 검토 중인 자동안정장치 도입과 연령별 보험료 차등부담은 제대로 된 방향 설정으로 볼 수 있다. 낮은 출생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해 그 어떤 국가보다 자동안정장치 도입은 시급하다. 필자는 25년 전 ‘스웨덴 공적연금제도 개혁과 시사점’(보건복지포럼·1999년9월)에서 자동안정장치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안정장치로 ‘낸 만큼 받는 제도’, 즉 납부한 원금의 이자를 실질 경제성장률과 연동시켜 세대 간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어서다.

국내 연금 전문가 다수는 자동안정장치 도입에 비판적이다. 제도 수지균형이 맞지 않음을 이유로 든다. 그런데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면, 언제가 적기란 말인가. 한 해 20만명 정도가 태어난 세대가 70만∼100만명 태어난 세대를 부양해야 함에도, 후 세대에게 부담을 더 떠넘기는 안을 개혁안이라고 하고 있다. 

17년 전인 2007년에는 야당들의 반대로 보험료 인상의 골든타임도 놓쳤다. 26년 동안 단 1%포인트의 보험료조차 올리지 못한 나라가 우리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지라도 보험료는 19.8%를 걷어야 더 이상의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데도, 후 세대 부담을 더 늘리는 안을 재정안정 방안으로 호도하면서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상황에 맞게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정급여 방식을 유지하는 핀란드식 준자동안정장치인, 기대여명계수(Life-expecancy Coefficient)를 활용해 보험료율 2%포인트 인상 효과를 가져오는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 향후 10년 동안 노동시장을 개혁하면서 연금수급연령이 65세로 연장되는 2033년 이후부터 기대여명계수를 작동시킨다면 별 무리 없이 도입할 수 있다.

세대별 보험료 차등부담도 연착륙할 수 있게 도입하면 된다. 우리가 연금제도를 모방한 독일의 경우 지난 50∼60년 동안 우리보다 보험료를 5∼6배 더 부담해 왔다. 우리보다 2배 더 부담하는 일본은 더 적게 연금을 지급한다. 현재 우리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가 1825조원에 달하는 이유다.

막대한 미적립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세대별 보험료의 차등부담, 즉 중장년층이 일시적으로 더 부담할지라도 젊은세대·미래세대에 비해 훨씬 적게 부담하면서 더 많이 받는 수혜자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제대로 개혁을 추진한다면 윤석열 정부를 적극 지지할 세력이 불어날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정공법을 택하기를 바란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