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소를 위해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보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과 4대 보험 등을 적용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급이 238만원으로 책정되면서다. 높은 비용 때문에 ‘강남 엄마’들의 전유물로 전락하자, 정부와 서울시는 제도 개선을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세미나는 나경원, 김선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전문가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도 자리했다.
오 시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가사관리사에게 낮은 임금을 책정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2년 전에 제안했던 정책인데, 서비스 개시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은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ILO) 협약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해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 시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 238만원은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471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국외 인력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오 시장이 예로 든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시는 지난 1월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별도 비자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을 제안했지만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사근로자법에 따르면 가사사용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생산성에 맞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평균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며 “임금은 생산성에 맞게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제언했다. 낮은 임금을 주고, 점차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에 맞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수민 (사)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연구위원도 “국내 부모와 외국인 가사관리사와의 소통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경력 등을 객관화해 단계적 생산성에 맞춤 시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와의 유기적 결합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가사도우미 비자를 따로 만들어 고용 상태가 이뤄지는 한 체류 기간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저출산 대책의 첫발이자 향후 외국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획기적인 전환점”이라며 “우수한 돌봄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확보와 일정 기간 종사 후에는 영주권과 국적을 부여하는 등 외국인 이민정책과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탁 고용노동부 외국인렴담당관은 “6개월간 시범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현장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