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창사 첫 파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기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장인화 회장의 노사 소통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측은 최근 노동조합에 기본임금 5만원 인상, 자녀학자금 한도 인상 제안, 일시금 지급 요구안, 웰니스 포인트 운영 제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올해 지속되는 철강 시황 부진으로 포스코의 경영 실적이 지난해 대비 급감한 만큼 이를 고려해 임금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임단협 초기부터 요구했던 기본임금 8.3%(약 25만원) 인상안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기본임금 인상안 5만원은 노조 요구안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아직 임단협 초기지만 지난해 벌어졌던 창사 첫 파업 위기가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기본임금 인상 규모로 이견을 보여 총 24차례 교섭에서 합의에 실패했고,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서를 내고 파업권을 확보했다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당시 중노위 조정안(기본임금 10만원 인상)에 대해서도 노조 내부에서 찬성이 절반(50.9%)을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또, 올해 초 노조가 회장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장 회장에게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패싱’ 논란에 대한 앙금이 남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장 회장은 취임 이후인 지난 3월 말, ‘100일 간의 현장 경영’ 진행 당시 노조와 노경협의회 사무실을 찾은 바 있다. 다만 노조 측에선 “당시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일정이 있어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간부와 간단한 인사 등을 나눴고, 깊은 대화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장 회장과 노조는 한 차례 더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노조의 소통 요구는 ‘연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포스코 노조를 필두로 한 포스코그룹노조연대(포스코 노조, 포스코DX노조, SNNC노조, 포스코엠텍노조,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노조 등)는 그룹이 발표한 120개 사업부문 재편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경영진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연대는 “앞서 발표된 재편 방안은 AI 도입과 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축 우려,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포스코의 미래 핵심사업 집중과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점은 이해되지만,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연대와의 협의제도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함과 동시에, 사업부문 재편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을 해 달라”면서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연대는 경영진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측은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최근 포스코 사내 하청근로자에 대한 파견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면서 하청근로자 직접고용에 대한 하청지회 등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포스코 사내 하청근로자들은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9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해 왔다. 지난 2022년 1~2차 소송이 근로자 측 승소로 대법원 판결 확정돼 59명이 파견근로자로 인정됐으며, 3~4차 소송도 근로자 승소로 대법원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에는 2018년 5차 소송에 참여한 338명 중 250명이 1심에서 승소했으며, 지난 6월에는 6차 81명, 7차 155명이 1심에서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은 장 회장이 직접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법적 원청사로서 교섭의무가 없는 데다 관련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법원의 최종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 부진과 동시에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업황 속에서, 근로자 고용 등 문제와의 중간 지점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전반적인 사업 재편 과정과 임단협에 있어 장 회장의 소통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