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서울만 오면 두 배 뛰어”…유통구조 자구안 찾는 축산농가

“한우, 서울만 오면 두 배 뛰어”…유통구조 자구안 찾는 축산농가

한우농가, 마리당 200만원 적자…산업 살리기 모색
암소 활용·업계 협업·해외수출 등 공격적 활로 개척
“한우 가격 지적에 공감…유통구조 개선할 것”
농식품부, “한우 수급안정방안 대책 9월 중 발표”

기사승인 2024-08-29 06:00:06
27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우식당에서 한우 명예홍보대사 윤원석 셰프가 커팅한 소고기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한우농가가 하락세인 한우산업을 살리기 위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물가에 한우 생산비가 오르고 소비는 줄며 사육비만으로도 경영난에 직면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한우 한 마리 생산비는 약 1100만원에 달하지만 경락가는 약 750만원에 불과하다. 한우 농가들은 소 한 마리 출하당 평균 2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한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 조사’를 보면 한우 비육우(고기용 소)의 100kg당 생산비는 늘고 마리당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마리당 29만2000원의 흑자를 기록한 한우 비육우는 2022년 마리당 68만9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2만6000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3만6000원(106.8%) 적자폭이 늘었다. 사료비와 자가노동비 등은 상승했지만 송아지 산지가격 하락으로 가축비가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한우비육우 100kg당 생산비와 마리당 수익성. 통계청

이에 한우농가에서는 ‘국산 소를 키우면 손해를 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높은 소고기 등급을 받으려면 30개월 정도 사육을 해야 하는데, 유지비가 높아지고 추석이 다가오며 26~28개월 정도에 소를 도축하는 실정”이라며 “적자를 면하기 위해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고 도축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우업계는 자체적으로 산업을 살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국 한우농가가 지원해 운영하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한우자조금)는 지난 27일 한우 부속물·암소 소비 촉진을 위한 블라인드 시식회를 개최했다. 일반적으로 구이에 소비되는 거세우의 안심·등심·채끝 외에, 앞다리살을 활용한 불고기나 출산을 하지 않은 ‘미경산 한우’ 구이 등을 선보여 균등한 소비의 가능성을 알렸다.
 
전국한우협회가 홍콩에서 주관한 ‘2024 홍콩 한우 수출 세미나’에서 한우 해체쇼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유통업계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추석을 앞두고 쿠팡과 한우 소비촉진 기획전을 개최했다. 앞서 이달 초에도 한솥도시락과도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대형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는 소비 촉진과 농가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대형급식 메뉴에 한우 활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20톤의 한우 정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협약을 통해 한우를 발주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으며, 한우 정육 지원을 받아 더 저렴하게 재료를 수급하는 등 한우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푸드’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도 한우를 ‘프리미엄’화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미식으로 유명한 홍콩에서 한우 팝업스토어와 수출세미나를 여는 등 수출량 확대를 위해 상품화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지에서 한우 정형 해체쇼, 부위별 요리 시연 등 수출 시장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상반기 홍콩 수출은 18.64톤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홍콩에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선보인 한우 부위. 전국한우협회

다만 물가상승이 장기화되며 비싼 가격 때문에 한우를 소비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육류 소비자는 “한우는 150그램에 4만5000원, 수입육은 200그램에 1만5000원”이라며 “지금 같은 고물가에 서민들은 수입육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유통구조의 문제 때문이며 이를 개선해야 한우 산업도 산다는 분석이다.

이동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한우 도매가는 떨어져 농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정육가도 높아져 소비자들도 외면하고 있다”며 “똑같은 정육이 추풍령 이남에서는 10만원 정도인데 수원, 서울만 오면 20만원이 넘는다”고 공감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정육매장의 매입가와 판매가를 신고제로 바꾸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유통구조를 개선해 지역별로 가격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도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대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업계와 협력해 올 추석 성수기 한우 선물세트 할인 등을 지원하고 급식·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한우 원료육 납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중장기 계획도 마련한다. 농협사료를 올해 2차례 750원 인하하며 사료구매자금 상환기한 연장, 농업경영회생자금, 축산경영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 생육특성을 감안한 선제적 수급안정방안과 생산체계 개편 등과 관련해 생산자단체․전문가 등과 논의해 다음 달 중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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