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빛이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DDP 전면 외벽부터 내부 공간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29일 서울 동대문구 DDP는 시민부터 관광객까지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개막식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라이트 DDP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빛 축제다. ‘퓨처로그(Future Log): 빛으로 기록하는 미래’를 주제로 이날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DDP 10주년과 김환기 작가의 사후 5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로 진행한다.
행사 기간 동안 DDP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으로 가득찬다. 대표작은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다. 김환기의 작품은 DDP 222m 외장패널을 캔버를 대형 캔버스로 활용했다.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서울대 교수인 박제성이 영상 제작을, 대중음악 프로듀서인 윤상이 음악 연출을 맡았다.
박제성 영상 총괄 연출가는 “김환기 작품 안에 있는 수많은 시간들에 중점 두고 작품을 제작했다”며 “중첩되는 시간의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감 색은 변해가지만, 빛은 영원한 색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같은 부분을 고민하면서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음악 연출을 맡은 윤상 프로듀서는 “김환기 거장의 작품을 대할 때 그분의 작품에 흠이 되지 않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주재료가 화면이라면 음악은 부재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환기 작품에 이어 두 번째 시연될 작품은 ‘인비테이션’이다. 미디어아트 레이블 버스데이가 참여한 작품이다. DDP의 지난 10년간 여정을 축하하고,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박 연출가는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보내는 초대장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점, 선, 면의 기하학적 움직임으로 시작해 다양한 물성의 변화와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한 초청장을 선보인다.
DDP 잔디 언덕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 ‘아워 비팅 하트’가 설치됐다. 우리들의 뛰는 심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영국의 디자이너그룹 ‘스튜디오 버티고’의 작품이다. 미러볼에 부딪힌 빛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분사되면서 수천 줄기로 흩어진다. 하트 조형물이 회전해 클럽 안 미러볼의 느낌도 든다. 톰 존스 스튜디오 버티고 수석 디자이너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분사되는 빛으로 다양한 환경의 복잡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11일간 열린다. DDP에서 매일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30분마다 무료로 진행된다. 행사 기간 글로벌 디자인 야외 전시, 둘레길 입체전시, 아트토크&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DDP 디자인&아트’도 열린다. 올해는 글로벌 아티스트 아뜰리에 시수, 스튜디오 버티고, 펠리체 바리니 등이 글로벌 디자인&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지난해보다 행사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행사 때) 시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준 덕분”이라며 “DDP 개관 10주년을 맞아 국내 작가이자 세계적 거장인 김환기의 원작을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로 서울라이트 DDP만의 차별성과 독보적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