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상황에서 의사들이 스스로의 행보를 돌아보고 역할과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14주년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의료가 망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만 잘못이 있는지에 대해 의료계가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이뤄져야 역경을 딛고 올바른 대한민국 의료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의료계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7개월째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국민적 여론이 의사들에게 왜 부정적인지도 짚어봐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를 감싸고 있는 사회적 여론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녹록치 않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때문에 (의료계를 향한) 여론이 좋아졌다고 느끼지만 이 여론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면서 “의료계는 지난 20년간 전략 없는 소통으로 일관했고, 선제적으로 내부 혁신이나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뛰쳐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의료인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를 돌아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의료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최근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합법화됐는데 이를 의료계가 먼저 논의하고 제도화하는 것을 제안할 순 없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는 얘기하지 않지만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용이 증가해 보험료가 오른다는 점 등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는 국민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다. 국민의 도움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